[동서 교차로] 동업을 망치는 도둑 심보
이기희/윈드화랑대표·작가
작은 콩을 심고 큰 콩을 원하고 무우밭에서 인삼을 찾고 닭을 기르며 봉황이 되기를 노린다. 노력하지 않고 큰 수확을 바라는 자의 심중에는 도둑 심보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쾌활하고 활달한 청년 헤르메스는 도둑의 신이다. 태어나자마자 이복형인 아폴로의 소 50마리를 훔치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원래 길거리의 교통과 교역 및 길을 안내하는 전령신이었는데 수완이 좋아 상업의 신이 됐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도둑의 원조는 프로메테우스다.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고통을 당하며 쇠사슬에 묶여 평생 참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살았다. 도둑 심보는 마음의 감옥에 탐욕의 뿌리를 내리고 도둑질을 하면 어둠 속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중국 사람들은 잇속에 밝다고 한다. 모이면 먹는 얘기 아니면 함께 사업할 의논을 한다. 가족이건 친구든 상관없이 뜻만 맞으면 힘합쳐 동업할 계획을 세운다. 동업은 작은 자본금으로 큰 사업을 벌일 수 있고 사업이 망했을 경우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업이나 파트너십은 말 그대로 파트너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함께 비즈니스를 할 경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체워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파트너십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수익금의 배분이다. 투자액과 기여도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것이 정한 이치인데도 상대가 받는 액수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상대 몫의 피자를 내 몫으로 착각하면 동업은 날샌다. 어차피 한 판에 담을 수 있는 피자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하는 기분으로 적게 먹고 상대의 몫을 더 챙겨주며 신뢰를 쌓는 것이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지름길이다.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란 처음 불도를 깨닫고 널리 중생을 교화하려는 발심이 생겼을 때가 정각을 이룬 부처님과 다르바 없다는 말이다. 사람 마음만큼 한결같지 않는 것도 없다. 평범한 중생들은 처음의 깨우침을 오래 받들지 못한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항상 초발심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사랑이든 사업이든 인간관계든 시작은 순수하고 감동적이며 열정적이다. 하지만 시간에 지나면 타성에 젖어 초심을 버리게 된다. 초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탐욕이 생기고 은근슬쩍 상대의 몫을 넘보는 도둑 심보가 자리잡게 된다.
세상 살이는 공평하지 않을 때가 많다. 공평하지 않는 세상을 공평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도둑 심보를 줄이는 방법이다.
땀 흘리며 일하고 일한 만큼 수확을 거두는 농사의 법칙이 동업의 기본 덕목이다.
처음 의기투합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배려와 양보로 성실함을 보이면 글로벌 파트너 시대의 일원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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