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늑대 생존은 개의 유전자 덕
Los Angeles
2009.02.26 17:39
개와 교배로 얻은 검은 털, 위장 효과로 생존에 도움
오늘날의 개가 늑대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거꾸로 북미주(北美洲)의 늑대들은 먼 옛날 개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검은 털을 갖게 됐으며 이것이 생존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최신 연구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북미주의 회색늑대 중 상당수가 이름과는 달리 검은 털을 갖고 있으며 이는 먼 옛날 돌연변이로 검은 털을 갖게 된 개들이 늑대들과 교배한 결과라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털이 검은 늑대는 주로 북미 대륙에 분포하고 있는데 북미의 숲에 사는 늑대의 62%가 검은 털을 갖고 있는 반면 사방이 트인 툰드라에서는 늑대의 7%만이 검은 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들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진은 늑대가 천적이 별로 없어 위장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툰드라가 날로 줄어드는 최근 환경 변화를 보면 이들의 검은 털이 포식자로서나 먹잇감으로서 모두 유리한 위장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와 늑대의 털 색깔을 결정하는 단백질이 사람에 있어서는 염증 및 감염 퇴치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검은 털을 가진 동물들이 유리해졌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람에 길들여진 개들이 수천년에 걸쳐 검은 털을 갖도록 변이를 일으켜 왔으며 검은 털 형질이 야생 개체군에 섞여 들어가 이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개의 검은 털 돌연변이 형질이 늑대에게 흘러 들어간 것은 지난 1만5천~1만년 전인데 이 시기는 시베리아인들이 베링 육교를 건너 처음 북아메리카로 들어간 때와 일치하며 이들이 개를 데리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동물 길들이기가 인간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길들여진 동물의 유전자 저장고가 자연 개체군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 과학 시리즈_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