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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6 '파란 도깨비가 뜬다' 한국야구 WBC 공식 응원단

미국 응원 준비 분주…'선수단과 함께 4강 간다'

도깨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란 도깨비'다. 3년 전 한 때 출몰해 LA를 비롯한 남가주와 한국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바로 그 도깨비. 모자도 썼다. 'K'자가 새겨져 있다. 가슴에도 'K'가 선명한 방망이를 든 폼이 당장이라도 도깨비 놀음을 펼칠 기세다.

'파란 도깨비'는 지난 여름에도 잠시 출몰하긴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이 일본과 쿠바를 거푸 물리치고 세계 정상에 오를 때 '파란 도깨비'가 예의 방망이를 휘두르며 신명난 응원판을 펼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만 반짝했다. 대장 도깨비도 없었고 패거리도 적어 미국까지 건너오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대장 도깨비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 으스름 달 빛에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들려오는 소리가 시끌벅적한 것이 한 놈도 남김없이 뛰쳐나올 모양이다.

잔치가 벌어져도 제대로 벌어질 판인가 보다. '파란 도깨비'의 출몰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때를 맞추고 있다. 월드컵 축구 때마다 등장하는 '붉은 악마'처럼 WBC만 되면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하다.

#왜 하필 파란 도깨비인가

2002한.일 축구월드컵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세계 축구의 정상을 다투던 선수들처럼 당시 우리는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고 길거리를 내달았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따로없었다. 악마들의 주문은 저마다 똑같았다. "오~ 필승 코리아!" '붉은 악마'의 주술은 제대로 통했고 전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그런 기세가 2006년 1회 WBC 때 야구로 옮겨졌다.

'붉은 악마'가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 '파란 도깨비'가 등장했다. 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파란색 티셔츠에 코리아를 뜻하는 'K'가 새겨진 방망이를 든 도깨비들이 '붉은 악마'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2002년 한국 축구의 4강 신화가 '붉은 악마'의 응원 덕이 컸다면 야구팀의 2006년 WBC 4강 진출 역시 '파란 도깨비'의 조화가 신통했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유일하게 공식 인정한 응원단 '파란 도깨비'의 출몰을 쌍수들어 환영하는 이유다. 남아공화국월드컵이 아직 1년 넘게 남았으니 '붉은 악마'의 셔츠를 잠시 벗어 두고 '파란 도깨비' 응원복으로 갈아 입어도 좋겠다.

#선수.도깨비 함께 뛴다

'파란 도깨비'의 준동 소식은 하와이에서 훈련 중인 WBC대표팀 선수들에까지 전해졌다. 미국으로 올 경우 제대로된 응원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선수들은 "힘이 난다"며 '어게인 2006'을 다짐하고 있다.

대표팀 투수진의 맏형격인 손민한은 "1회 대회 때 파란 도깨비의 열렬한 응원에 힘을 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걸고 도깨비와 함께 제대로 뛰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1회 대회 홈런왕까지 하며 4강 진출의 주역이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마음은 늘 파란 도깨비와 함께 그라운드에 서 있다.

내가 어디에 있건 한국팀과 '파란 도깨비'를 성원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파란 도깨비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건 모두 '파란 도깨비'로 통하고 있음이다.

'파란 도깨비'는 혼자가 아니다. 대장 도깨비가 움직이면서 대학생 조직들도 속속 가세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다. "미국만 와라. 샌디에이고든 LA든 달려갈 준비가 됐다"는 게 대장 도깨비의 귀뜸이다.

1회 때회 때 '파란 도깨비'의 파워를 기억하는 야구팬들도 어떻게 해서든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언론과 기업은 물론이고 남가주 한인 업체들도 '파란 도깨비'의 신명난 놀음판에 장단을 맞추려고 애를 쓴다니 기대가 크다. 판을 한 번 제대로 벌여 야구의 중심지에서 다시 한 번 "렛츠 고 코리아"를 힘차게 외쳐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깨비의 소원

도깨비도 하느님께 비는 소원이 있다. 한국팀 응원 준비는 됐는데 대표팀이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날아 오려면 예선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3월5일부터 일본에서 3~4경기를 해 4팀(한국 일본 대만 중국) 중 2위까지 해야 된다. 한국은 첫 경기가 6일 대만이고 두 번째가 일본전인데 초반 2연승이면 일단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8강까지는 확정된다.

그 날이 바로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날이 된다. 샌디에이고 첫 경기는 15일. 그 하루 전 대장 도깨비의 명령과 함께 모든 도깨비들은 파란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본겨적인 굿판을 벌일 것이다. '파란 도깨비' 응원이나 후원을 원하는 팬들은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하면 된다.

파란 도깨비, 신 욱씨 인터뷰
'파란 도깨비'의 대장은 신 욱씨(35)다. 야구가 좋아서 한 때 한국 프로야구 명문팀 LG 트윈스에서 근무하며 20대 후반을 보냈다. 2002한일축구월드컵 때는 조직위원회에서도 기획업무를 했으니 '붉은 악마'와도 인연이 깊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매니지먼트사에도 근무해 친분이 두텁다.
1회 WBC대표팀의 진갑용 손민한과는 대학 동기생으로 축구.야구계 인맥이 두텁다. 나이키 리복 코리아 등 스포츠용품사에도 근무했고 한국산 '킹'배트를 들고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노마 가르시아파라 매니 라미레스 등과도 친분을 텄다.
2005년 말 미국에 온 신씨는 현재 다임앤텍스타일 사업을 하고 있다. 1년 전 LA북쪽 카말리오로 이주해 살고 있다. 1회 WBC 때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응원단을 조직하고 활동해 당시 오렌지카운티를 빛낸 3인의 한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란 도깨비를 준비 중인 신씨를 지난 23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만났다. 아직 준비상태라 함부로 나서는 게 도깨비 사회의 금기된 일이라 어렵게 살짝 모습만 비추기로 했다.
-전혀 도깨비같은 모습이 아니다.
"파란 도깨비는 응원 티셔츠를 입어야 힘이 나는 법이다."
-어떻게 다시 뛰게 됐나.
"1회 파란 도깨비 후로 다시는 그런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했다. 힘도 들고 개인적 사무를 전혀 볼 수 없어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 지 1회 때 함께 움직였던 지인들 대학생들 언론 기업 등에서 다시 움직여 달라는 부탁이 많았다. 한국 선수단이 미국까지 와서 제대로 된 응원을 받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아쉽기도 해서 다시 팔을 걷어 부쳤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일단 한국팀이 예선을 통과해야 불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팀 실력으로 샌디에이고까지 오는 8강 합류는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런 가정하에 조직을 꾸리고 있다. KBO와 하와이 대표팀과는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
-파란 도깨비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
"한국팀을 응원하고 싶다는 순수함이 시작이었다. 그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파란 도깨비가 어떤 구실을 했으면 하는가.
"물론 응원이 가장 먼저다. 그 다음의 바람이 있다면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욕심이다.
사실 한국팀이 아무리 4강에 올라도 미국에선 여전히 변방 대접을 받고 있다. 당장 이번 WBC를 알리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도 한국팀 소개란엔 남아공화국에도 있는 티셔츠 하나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달랑 티셔츠 한 장 올려 놓았을 뿐이다. 야구만 아니라 한국의 수준 높은 응원문화가 함께 소개되면서 진정 강한 나라라는 인식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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