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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라이선스 4- 화장 매니저] '산자는 '내일'이 있어 행복'

Los Angeles

2009.03.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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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장의사 정영목·앤 정 대표 부부
"억만금보다 '내일이 허락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해주는 직업입니다. 매일 헛되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 또 다짐하죠."

가주장의사를 운영하는 정영목(62).앤 정(55) 부부에게 삶과 죽음은 일상이다.

장의업에 뛰어든지 10년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종이장 보다 얇은 그 경계가 아직도 낯설다.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일 겁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매순간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되죠."

예고된 죽음이 없기에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새벽 1 2시에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가 낯설지 않다.

정영목 사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때문에 몸을 가누기도 힘든 한인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시간은 따로 정해진 시간이 없다"며 "주 7일 24시간 운영은 선택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가족간의 오붓한 시간은 고사하고 잠시 잠깐 쉴 틈도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버텨나가고 있다.

"이 일 자체가 우리 부부에게는 간증과도 같습니다. 기도를 통해 이길로 자연히 접어들게 됐으니까요."

휴가 없는 직업의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정 사장이 개업전까지 16년간 목회를 해온 목사였기에 가능했다. 기도와 봉사 정신 없이는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고충은 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할 때다.

부인 앤 정씨는 "얼마전에 차량사고로 동시에 운명을 달리한 10대 4명의 장례를 맡은 적이 있다"며 "나이 어린 사람들의 사고사를 볼 때면 너무 안쓰러워 내 마음에까지 멍울이 진다"고 털어놨다.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주검을 매일 봐야 하는 공포감은 없는지 물었더니 '현답'이 돌아왔다.

"시신은 내게 해를 끼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악하고 무서운 존재는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죽은 이가 무슨 해를 입힐 수 있을까. 10년지기 장의사 눈에 비친 세상은 그랬다.

부부가 함께 장의업에 종사하는 것이 흔치 않지만 정 사장과 앤씨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장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함께 공부했고 라이선스를 따기까지 부부는 일심동체였다. 장례에 관한 실무경험도 로즈힐 공원묘지에서 3년간 같이 쌓았다.

아내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정사장은 "아내가 장의사업을 하기전 27년간 치과위생사로 일했다. 전문 의학용어를 해석해야 할 때마다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사람이 나서 죽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그런 의미에서 장의업은 호황이나 불황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정영목 사장은 "해가 갈수록 고객이 늘어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연매출은 최소 50만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은 업주와 사뭇 다르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죽는 순간까지도 짐이 되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다들 살림살이가 어려운데다 묘지값과 비용이 오르다보니 매장 보다 화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전까지만 해도 10건 중 3건이던 화장 의뢰가 연말부터는 4~5건으로 확연히 늘었다. 정 사장은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도 장례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실정을 전했다.

배은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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