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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도박, 월남파병-2] '디엠<당시 베트남 대통령> ' 한국방문때 이승만이 파병 약속'

채명신 초대 주월사령관 50년대 비화 공개
이동원외무 '경제실리' 박정희 대통령

어쨌든 1964년 9월 22일 140명으로 편성된 이동외과병원과 10명의 태권도 교관단이 파견된 제1차 월남파병 그리고 65년 2월의 공병과 수송부대 2000명 파견까지는 그나마 묵인이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0월에 파병될 대규모 전투부대인 해병 청룡부대와 육군 맹호부대 파병을 앞두고 3차 파병 논의는 이처럼 집권당 내부에서부터 진통이었고 야당인 민사당의 서민호 의원은 더 극렬한 저지를 선언했다.

"누구를 위한 파병인가. 미국을 위한 파병인가 월남을 위한 파병인가. 박정희 정권은 고귀한 젊은 청년들의 피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무렵은 이미 이동원 외무장관과 주한 미국 대사 브라운 사이에 이른바 '브라운 각서'가 교환돼 머지않아 한국 물자와 한국 민간업체들이 대거 월남으로 진출한다는 스케줄이 구체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비밀이 없는 일기장이라고도 했지만 전 주월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비화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 때 파월 문제가 있었지만 사실 그 전에 이승만 대통령 때 이미 파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월남의 고딘 디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지요.

그때 벌써 미국은 월남에 일부 특수부대 요원을 투입하고 아주 극히 부분적이지만 개입을 하고 있었는데 고딘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전투 경험이 많고 게릴라전 경험이 있는 한국의 지휘관급과 전투부대를 보내줄 수 없느냐고 요청을 했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오케이를 했다고요.

그래서 보낸다면 육군에서는 저를 보내야겠다는 논의를 마친 상황이었어요. 그때 내가 육군본부 작전과장을 거쳐 5사단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는데 5.16이 나서 유야무야 되는가 했더니 당시 참모총장 김종오 장군이 나를 불러요.

고딘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채 장군이 가야 될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런 비화가 있었다고요."

월남 파병은 박 대통령 때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월남 측과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당시 공화당 원내총무였던 김용태 의원과 정보부 차장보였던 석정선씨가 극비리에 월남을 방문해 파병에 따른 구체적인 협의를 가졌다는 증언에서 입증되고 있다.

월남 파병은 경제적 실리를 최우선으로 했던 박 대통령에게 누가 가장 적합한 논리와 명분을 제공하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명분과 논리가 정연해야 박 대통령이 반대로 들끓는 정치권을 잠재우고 국민 설득에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총대를 메는 것이 이동원 외무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사실상 한.일 국교정상화 문제를 해결하라는 특명을 받고 젊은 나이에 입각했지만 파병 문제도 해볼 만하다는 논리로 박 대통령의 환심을 산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이 장관은 65년 2월 27일 '플레이쿠' 미군기지가 베트콩에게 피습 당하면서 미군이 보복적인 월맹 폭격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월남 후방 복구를 위해 한국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활용했다.

분명히 파병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속셈을 알고 있으면서 멍청하게 문제점을 나열할 장관은 없었다. 이 장관도 '문제점은 말씀을 안 드리는 거지' 하고 웃었지만 평소 개구쟁이처럼 능글맞았던 이 장관의 스타일일 수도 있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이건 중요했다고요. 첫째는 전투병력을 파병하면 국제정치적으로 손해를 본다 왜 손해를 보느냐 월남전이 인기 없는 전쟁이었어요. 비교적 미국의 고독한 전쟁이었고. 한국전쟁만 하더라도 유엔 이름 가지고 전부 미국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월남전은 어떤 의미에서 미국의 전쟁이고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기가 없었고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없었단 말이지요.

그런데 저렇게 인기 없는 전쟁에 한국이 끼어들어 도와주면 그렇지 않아도 우리조차 인기가 없는데 우리의 인기가 더 떨어질 거다. 다시 말해 피 팔아 먹는다 생명을 팔아 먹는다 하는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게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는 점이지요.

두 번째는 전장에 나갈 바엔 이기는 전장에 들어가서 편을 들어줘야 나중에 득이 있습니다. 지는 전쟁은 편을 들어줘 봤자 별로 득도 없고 빛도 나지 않아요. 월남 전쟁은 지는 전쟁인지 이기는 전쟁인지 모르겠지만 이기는 전쟁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아주 제한된 전쟁이었고 명분도 확실하지 않은 전쟁이었고 미국에서 뒷받침하는 여론부터 분열이 되어 있었고 국제적으로 아주 고독했고. 그러니까 저 전쟁은 승리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끼어들어 나중에 같이 쫓겨날 생각을 하니까 아찔하대. 그런데도 그런 얘기는 싹 빼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파월을 해야 됩니다 이런 말씀만 드리는 거지 하하하."

- 박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박 대통령이 참 고상하고 순진하신 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란 고상한 것만 가지고는 존속할 수가 없죠. 이건 특히 내 아이디어였는데 일본 사람들이 한국전쟁을 이용했듯이 우리가 월남전쟁을 잘 이용해가지고 우리 경제를 부흥시키자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그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몇 번 그러시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그런 분입니다. 아주 대국적인데 상당히 순진하고 고상한 데가 있어요.

그러면서 속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미국이 지금 외롭게 반공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 한국전쟁이 났을 때도 그래서 도와준 건데 우리도 의리를 지켜서 외로울 때 도와줘야지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고 파병한다 하면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고 그런 말씀이에요. 어쩌면 박 대통령은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의리를 얘기하셨겠지만 나는 외무장관이니까 외무장관은 항상 실리를 따라야 돼요.

그래서 내가 대통령한테 고상한 것도 좋습니다만 파병에는 실리가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을 드렸지요. 한참 듣고 계시더니 그럼 실리를 어떻게 챙기겠다는 거냐고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시데요? 그건 저한테 맡기십시오 그랬지."〈계속>

이호/객원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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