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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신의 존재와 체험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 성당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한 때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철학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자기가 믿는 신을 위해 한 생을 몽땅 바치는 사람들도 있다. "유한한 인간이 감히 신에 대해 논할 수 있는가?"라는 말로 신 존재에 대한 어떠한 시도나 증명도 부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인간의 추리 작용을 이용하여 신의 존재를 증명한 이들도 있다.

신의 존재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맹목적인 신앙으로 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는 이들은 "너희들이 신에 대해 아무리 논해보아도 부처님 손 안에 있는 손오공의 존재가 무엇이나 되느냐?"라고 하면서 비웃기도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이다.

한편 신의 존재를 철저히 인정하고 일생동안 수도자와 학자로 살아가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시도한 성 토마스 아뀌나스는 인간의 추리로도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신학대전(I 2 3)에서 다섯 가지 방법으로 신 존재 증명을 시도했으니 운동이라는 경험적인 사실에 의한 증명 능동인에 의한 증명 우연성에 의한 증명 완전성의 단계에 의한 증명 세계의 질서에 의한 증명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적인 고찰을 통하여 종교적인 신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으나 어느 날 그가 증명한 신을 직접 체험하고부터는 펜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제까지 내가 해놓은 것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라고 고백했다. 그리스도인 철학자들은 토마스 아뀌나스의 이런 태도에 놀랜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은 피조물인 인간이 어느 정도 조물주인 신에 대해 논할 수는 있으나 그 존재 앞에서 연약한 인간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다.

한편 성경은 신에 대한 많은 체험들을 전해준다. 어느 날 신을 체험한 아브라함은 너무나 강렬했던 그 체험에 따라 여생을 살았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네 고장을 떠나 내가 너에게 지시하는 곳으로 가라." 한 마디로 강렬한 체험 신앙이다. 그 체험이 어떤 식으로 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너무나 강렬하여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추종의 삶은 고난을 수반했으나 의미 있는 삶으로 전환되어 갔다. 기적적으로 아들도 얻고 이해할 수 없는 예언을 듣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점점 끌려가는 삶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사로잡아 버렸던 것이다. 바로 체험 신앙이었다.

초자연적인 힘에 사로잡혔던 인물들 중 요나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그 힘을 체험했으나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도망치고 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거니와 자신의 상황과는 너무 다른 삶의 조건이었으므로 피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주어진 사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단 요나라는 인물만이 아니다. 구세주의 어머니로 간택된 마리아도 마찬가지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남녀의 결합이 없는 자녀출산이 있을 수 있는가? "성령께서 그대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라고 천사는 말한다. 무슨 뜻인가? 신의 영역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인간의 계산법을 초월하는 신의 계산법이 작용한 것이다.

일찌기 성 아우구스띠노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쇠붙이가 자석에로 끌려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인간의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사랑이라는 강력한 힘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체험 신앙' 만이 말해 준다고 한다.

체험 신앙은 아브라함과 마리아에게 작용한 위로부터 오는 힘에 의해 일어나기도 하지만 성 베르나르도처럼 "나는 체험하기 위하여 믿는다"라는 신에 대한 순수한 믿음에서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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