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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Chicago

2020.03.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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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른 ‘사랑의 불시착’은 작년 12월 14일부터 금년 2월 16일까지 2개월간 총 16편으로 종영됐다. 한국 최고 인기 연예인인 현빈과 손예진의 뛰어난 연기로 “북한 미화”라는 초기 비판을 극복하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미국에서는 네플릭스(Netflix)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시카고 한인 간에도 화제가 됐고, 한인이 아닌 친구 여럿이 매주 기다렸다가 본 후 토론한,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끈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성공한 것은 여러 가지 요소가 융합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연극에는 무엇보다 각본이 좋아야 한다. 2007년부터 성공작을 연속 창작한 작가 박지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음 중요 요소는 감독이 좋아야 하는데, 방송 경험이 풍부한 MBC 드라마국의 이정효감독이 맡았다. 이정효 감독은 두 주연 배우의 케미가 좋아 일하기 쉬웠다고 했다.

줄거리도 흥미 있다.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로미오와 줄리엣 이상의 힘든 연애 이야기다.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의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역)의 절대 극비, 때로는 희극적, 때로는 애절한 사랑을 그려냈다.

리정혁의 꾸준하고 정성스런 노력과 그의 아버지가 지닌 권력의 덕분에 구사일생 난관을 거쳐 살아난 윤세리는 남한으로 돌아온다. 리정혁이 구실을 만들어 남한에 따라 왔으나, 두 사람은 다시 이별하게 되고 리정혁은 북한으로 소환된다.

분단의 현실은 변하지 않아, 윤세리는 남한에, 리정혁은 북한에 살게 되어, 휴대폰으로 문자 연락을 하다가, 처음에 만났던 곳인 스위스에서 극적으로 재회하는 행복한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이 드라마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시기에 방영된 데다가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발랄한 색채는 북한의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 북한에서, 현실과 무관하게 철부지처럼 행동하는 재벌 상속녀 여주인공, 시나리오가 시트콤 같이 진행됐다는 것에도 일부 시청자는 실망했다고 한다.

물론 다 인정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각도로 이 드라마를 보았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 했을 때 “아 아, 그곳에도 사람들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느끼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다음 순간,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럼, 사람이 살지, 땅이 있고, 물이 있고, 모든 생존의 요소가 구비돼 있는 그 큰 공간이 비어 있을까? 가난하고 미개발 된 상태이지만,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동네가 있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북한에 대한 나의 편견이 너무 깊었다는 것을 돌아봤다. 수십년을 두고 흡수한 북한에 대한 최악의 정보와 홍보가 “북한은 사람이 못 살 곳”이라는 관념을 나의 머리 속 깊이 심어준 것 같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 사람들도 나와 동족이라는 것을 새로 깨달았다. 사투리가 있고 가끔 못 알아 듣는 용어가 있어도,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말을 하고, 한글을 쓴다는 것, 지나치게 예의 차리고, 후하고, 먹기 좋아하고, 잘 웃고, 노래 좋아하는 것, 여자들은 차림에 애쓰는 것 등등,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동족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또, 윤세리 캐릭터를 곤란한 현실을 무시하고, 철부지처럼 행동하게 묘사한 것도 싫지 않았다. 우리 여성들은 개인적으로는 강하였으나, 사회제도적으로 차별을 오랫동안 받아 왔다. 그러나, 현 한국의 현황은 “me too” 운동 발생 이후 더 강한 여성이 등장하고 있다. “딸은 당당하게 길러라”는 사상이 현 한국 사회에 돌고 있다.

2차 대전 후 1300년이나 단일국가였던 우리나라가 하루 아침에, 아무 예고도 없이 분단되어, 반대 정치 제도하에 처해져, 남북이 거의 다른 나라로 바뀐 지 75년이 됐다. 국제 세력 정치에 희생자가 되었던 것이다. 분단은 우리 민족 최악의 비극이었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아프게 느낀다.

평통에 새로 가입한 회원으로, 북한에도 우리 동족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일의 노래를 마음 속으로 부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사학 박사•시카고 평통 위원)


오(조)봉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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