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50개주 최고봉 등정기] 일년내내 얼음덮인 '난코스'
Borah Peak(Idaho)
보라 피크(Borah Peak)는 1983년 7.3도의 지진으로 인해 오히려 7피트 정도나 더 높아진 산이다.
산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데 비해 1년 내내 얼음이 있는 산으로 지금까지 빙하에 깔려 죽은 사람만도 3명이라 등반 시에는 날씨와 얼음용 장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위험한 산이다.
50개 주 최고봉 등정 41번째인 보라 피크는 1만2662피트 높이로 아이다호 주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아이다호 주의 15번 출구인 93번에서 내려 26번 서쪽으로 가다가 맥케이(Mackay)에서 21마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운트 보라 트레일헤드(Mt. Borah Trailhead) 사인이 나온다.
처음부터 경사가 만만치 않다.
왕복 7마일의 그리 길지도 않는 정상 등반에 10시간 내지 12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면 이 보라 피크 정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등산객들이 옷 한가지라도 거추장스러워 드문 드문 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올라간 것을 봐도 그 어려움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3시간여를 비몽 사몽으로 올라가니 나무 그늘도 없고 오른쪽으로는 닭벼슬 같이 생긴 치킨 아웃 리지(Chicken Out Ridge)라는 바위 봉우리산이 있다.
여기서부터 경사도 경사로니와 왼쪽으로 천길 만길 낭떠러지이고 스노우 필드(Snow Field)라는 빙벽과 암벽을 통과해야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 곳으로 길을 만들었나 그저 야속할 뿐이다.
얼음 평원 서쪽 면은 요세미티의 해프 돔 같이 바위산 절반이 뽀개져 나갔는데 누르스름한 금맥 두 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보라 피크는 네바다 주의 바운더리 마운트와 유사한 점이 많은데 산 높이와 등산로 길이도 비슷하다. 사막성 기후에도 정상에 눈이 있다는 것 들어가는 길이 비 포장 도로에다 산 속에 저수지가 없다는 것조차 닮았는데 산은 보라 피크가 약간 낮지만 등산은 훨씬 더 어려운 편이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몰골이 말이 아닌 만신창이가 되었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가 만일 3일간만 앞을 볼 수 있다면 첫 날은 산에 올라가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저녁 노을을 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 지쳐서 피로하니 이 순간만은 다 귀찮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이라도….
김평식 〈에버그린 등산 클럽 213-44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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