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한국인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
힘들고 주저앉을 것 같아도 기회는 있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점수를 낼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귀중한 진리를 태극 야구가 가르쳐 줬다.
경기 침체에 시름하던 한인들은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면서 각종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렸다. 남녀노소가 하나되는 감격이 뒤따랐다.
자영업자 최종협(56)씨는 "올들어 업소 매상이 확 줄어 마음이 침통했는데 승리 소식을 들으며 이를 떨쳐버렸다"며 "어려운 시기에 희망과 기쁨을 준 이 선수들이 진정한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부 김서영(40)씨는 "경기도 안 좋고 세상 살기가 힘들었는데 선수들 덕분에 가족들이 정말 오랜만에 웃었다"며 "주위에서도 한국팀 응원하느라 신바람이 났었다"고 말했다.
특히 장신의 메이저리거들과 조금도 위축됨 없이 당당하게 경기를 펼치던 한국팀을 보며 한인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베네수엘라를 대파하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던 날 LA는 들썩거렸고 한국민들은 열띤 환호를 보냈다.
유학생 김민석씨는 "기숙사에서 친구들이 '코리아가 베네수엘라를 이겼냐'고 연신 물어와 자랑스러웠다"며 "이젠 한국을 모르던 미국인들도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본다"고 말했다.
자부심 상승효과는 매출로 이어졌다.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한인업소들도 WBC기간 동안 '반짝 경기'를 타며 오랜만에 대박의 기쁨을 맛보았다. 대형TV를 갖춘 식당들은 야구 중계가 있는 날이면 북새통을 이뤘고 티켓판매와 교통편을 연계한 관광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파란도깨비가 뜨면서 의류업계도 모처럼 수십 만장의 티셔츠를 찍어댔다.
한인들이 하나의 일체감을 느끼며 똘똘 뭉친 것도 큰 수확이었다. 평소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한인들이 경기날 만큼은 태극기를 흔들며 '파란 물결'을 이루는 것은 보기만 해도 장관이었다. 특히 관중석을 뒤덮은 대형 태극기의 물결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의 함성은 '하나의 민족'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감격의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