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간 한인팬들을 잠못들게 한 WBC의 야구 열기도 23일 결승전을 끝으로 사그러 들었습니다.
일본에 져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 야구가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슴 뿌듯한 기회였습니다.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오른 한국 야구에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 동포들은 야구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어려운 경제 사정과 힘겨운 이민생활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잔치마당이기도 했습니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LA 다저스타디움으로 뛰어 다니며 경기 현장을 취재한 스포츠팀 기자들과 함께 지면 사정상 미처 전하지 못한 WBC 대표팀과 경기 뒷얘기 등을 방담으로 정리합니다.
-아무래도 결승전 당시 이치로에 결승타를 맞은 장면을 그냥 넘기기 어렵겠네요.
"어렵게 3-3 동점까지 쫓아간 상황이라 더욱 아쉬웠는데요. 연장 10회 2사 주자 2 3루에서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 섰을 때 솔직히 고의사구를 던지길 바랐습니다. 이치로는 이전 타석 때까지 타격감에 물이 올라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무리 임창용이 정면승부를 걸었고 결과적으로 뼈아픈 승부처가 됐습니다. 김인식 감독이 "볼넷을 줘도 좋으니 유인구를 던지라"고 사인을 줬다는 말도 있지만 이치로는 유인구 조차 잘 걷어내는 선수이기에 고의사구로 걸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기 후 임창용은 사인을 보지 못했다며 승부를 하고 싶었다고도 말했다니 승부가 그렇게 돌아갈려고 했나 봅니다."
-톱타자 이용규가 메달 수여식에서 홀로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았다구요.
"이용규는 한국 덕아웃쪽만 쳐다보며 일본의 축제 분위기를 외면했습니다. 이용규는 2라운드 순위결정전때 일본 선발 우쓰미가 던진 빈볼에 헬멧 뒤쪽을 맞았고 결승전 때는 6회에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감행하다가 상대 유격수의 왼쪽 무릎에 얼굴을 들이받히는 또 한번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던 그의 헬멧은 앞 뒤가 완전히 부서져있을 정도였습니다. 몸도 아팠겠지만 일본에 진 게 너무도 분한 표정이었습니다."
-한국 야구 응원단 '파란 도깨비'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파란 도깨비 신욱 단장과 정재엽 응원대장은 지난 12일 애리조나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부터 줄 곧 선수단을 따라 다니며 응원을 하느라 목이 다 쉬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인들의 호응이 좋아 큰 격려가 됐다구 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일부 체육 단체장들은 서로 공을 다투려고 알력싸움을 해 눈쌀을 지푸리게 하기도 했다는 군요. 쯧쯧. 그런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있어요."
-신 단장이 선수로 오해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면서요.
"네. 신 단장은 응원을 이끌기 위해 대표팀의 고영민 선수 유니폼을 하나 얻어 입었데요. 그런데 경기 후 인파에 섞여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데 저지 뒤의 이름을 본 팬들이 달려 들어 너도 나도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을 앞두고 김성한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미팅을 했다던데. 그 때 나온 얘기가 재밌었다구요.
"1회 대회 때도 한국은 4강에 진출했었죠. 그 때 선수들은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한인타운 술집에서 술을 먹는 등 나태해진 모습을 보였어요. 다음날 결과는 뻔한 것이었구요. 그 때 선수들은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기억이 지금도 나는데요. 그런 일 때문에 김 코치는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일장 훈시를 했다고 합니다.
여기가 어떤 동네인지 아느냐. 바닥이 좁으니 감추지도 못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돌아가자고 했답니다. 그런 정성이 모여 결승전까지 간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한국팀이 결승에 진출할 때까지는 병역특례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는데요. 일본에 지고 나니까 그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이기고 지고의 차이가 그렇게 큰 가 봅니다. 국방부는 23일 경기 후 "병역특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고 합니다.
매몰차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만약 우승을 했다면 추신수 등 4명의 면제대상자들이 특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승부의 세계에 2등은 없다는 말 글쎄요. 어쨌든 한국 야구팀 정말 잘 싸웠구요. 4년 뒤에는 꼭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한국야구우승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