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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향길

9637km 여정은 12시간 30분 긴 여로였으나
소풍길에 든 어린 아이 마음이다

3년 다시 찾은 고향길
첫 발길은 새하얀 눈밭인데
목화밭을 밟는 듯 사뿐하다

나성의 소란한 인간시장과는
사뭇 다른 인천 항구의 아늑함
그래서 언제와 봐도 고향은 편안하다

6시 10분 하얀 입김이 피어나는 이른 시간
숙부를 마중나온 장조카의 얼굴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손자를 보았다는 환갑을 넘긴 조카는
벌써 중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무심한 세월 하염없이 흘러가고

여정이 힘겨웠는지
아내는 차안에서 고향 꿈길을 밟는다
고향은 따뜻한 남쪽나라 어머니 품속 같다

아름다운 지난 시절의 가슴 설레던 이야기들이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는
대한민국의 겨울하늘은
오늘도 쪽빛이다


이산하 / 시인·크리스천 문협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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