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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라이선스 -7 폐차(Dismantle) 전문가] 고철 두드리며 성공 노래한다

Los Angeles

2009.03.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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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럴 오토파트 렉킹 전범석 사장
‘창조적인 파괴’가 안성맞춤처럼 들어맞는 직업이 있다. 폐차 전문가(Dismantler)다. 디스맨틀러 라이선스는 시험이나 교육과정을 통한 기술 라이선스가 아니라 업체 운영을 위한 일종의 영업 허가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길이라고는 밑바닥부터 몸으로 습득하는 수 밖에 없다. 폐차장 운영 한인 업주를 만나 라이선스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땅, 땅, 땅” “드르륵 드르륵”

사우스LA지역 끝자락 일명 ‘폐차장 거리’로 불리는 알라미다 길에 자리잡은 ‘제네럴 오토파트 레킹’.
망치로 때리고, 용접봉으로 뜯어내고, 화재라도 난 듯 울어대는 전화벨까지….
서로 다른 소음들이 아우성이다.

귀가 아플 법도 하건만 전범석(56) 사장에겐 감미로운 노래다. ‘곳간에 곡식 들어차는 소리’기 때문이다.
“부숴서 돈 버는 직업이 흔한가요 어디. 뜯어내다가 비싼 부품이라도 하나 건지면 기분 좋죠.”
비록 고막이 먹먹하긴 해도 8년전 암담했던 때를 생각하면 폐차장은 고맙고 감사한 일터다.

지난 2001년 40대 후반에 그는 좌절을 경험했다. 15년간 운영해온 전자제품 제조업체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자동차 알람시스템, 리모컨을 만들어 한참 재미를 보던 사업에 찾아온 첫번째 시련은 국세청(IRS) 감사였다. 충분히 항변할 수 있었던 세금 누락이었지만 각종 자료가 든 컴퓨터를 도난 당하면서 고스란히 벌금을 두들겨 맞아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었어요. 미국내 제조업계가 줄줄이 망했죠, 경쟁이 안되니 뭐…. 어쩔 수 없이 그만뒀어요.”
넋 놓고만 있을 수 없었다. 신문광고를 뒤적이며 리커, 마켓, 세탁소 등등 매물로 나온 사업체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1년만에 폐차장을 만났다.

“쉽게 일할 수도 있었지만 매상 부풀리기 장난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어요. 정직한 땀이 이 폐차장에 있었죠. 1920년대부터 이 자리에서 운영해온 업체에요. 전 주인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죠.”

오십을 앞두고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시행착오가 없을 리 만무했다.
폐차장의 주 수입원은 자동차 정비소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제철소에 고철을 팔아 마련된다.
물건을 먼저 주다보니 판매대금을 떼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은 부도수표로 도배되다 시피한 상태다.
또 어떤 부품이 값이 나가는 지 판단 못해 폐차를 사놓고도 재고가 쌓이기도 했다.

그리고 8년째. 전 사장은 스스로 성공했다고 믿는다. 자식들 교육 시키고 먹고 사는데 지장 없었다. 뿐인가. 지난해엔 융자에 빚까지 25만달러를 다 갚았다.
이제 허리 좀 펴볼까 싶었지만 올해부터 전 사장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메야한다고 한다.

불경기로 고철값이 1/4로 폭락했다. 지난해 이맘때 500달러는 받을 수 있었던 1.3~1.4톤(3000파운드) 트럭 한대 분량 고철이 불과 110달러로 뚝 떨어졌다.
그래도 좌절은 없다.

“내려갈 때가 있으면 또 올라갈 때가 있겠죠. 매출이 줄긴 했지만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폐차 비지니스는 계속 될거라고 믿어요.”
다시 고철과 씨름하러 작업장으로 향하는 그에게선 찌든 기름 냄새 대신 향기가 났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뿜을 수 있는 달콤한 내음이.

▷문의:(323)588-6108 제네럴 오토파트 레킹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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