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두 손을 모으는 이유
우리말에서 ‘두 손을 모으다’라는 말은 보통 두 가지 경우에 쓰입니다. 하나는 경건하다든지, 겸손하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추도식과 같은 엄숙함이 필요한 중요한 행사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또 다른 경우는 기도할 때입니다. 두 손을 모아 빈다든지, 두 손 모아 기원한다는 말을 합니다. 손을 모으는 일은 두 경우의 어느 쪽이든 간에 경건함과 간절함이 엿보입니다.두 손을 모으는 것이 왜 겸손함이나 경건함을 나타내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것을 공수(拱手)라고 합니다. 공수는 전통적인 예의에서 매우 중요한 동작입니다. 어느 손이 위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어느 손이 위에 있나요? 공수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 있는 동작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경을 나타냅니다. 남녀의 차이에 따라, 상갓집에서 절을 할 때 등 차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손을 모으거나 맞잡고 있는 것은 신체언어 문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싸우지 않겠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용서를 빌 때도 두 손을 마주 비빕니다. 기원할 때도 손을 비비는 경우도 있습니다. 용서를 비는 것과 기원을 하는 것은 같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빌다’는 양쪽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자신이 낮은 존재임을 깨닫고, 절대자 앞에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손을 맞잡고 있으면 상대를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겸손함이나 경건함, 상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게 된 것입니다. 문화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만 두 손을 마주 대고 기도를 하거나 인사를 합니다. 태국 등에 가면 손을 모아서 인사를 합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손의 높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인사에서 시작하여 경배, 신앙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동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존귀할수록 두 손을 드는 높이가 올라갑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행위도 시작은 상대에 대한 존경, 신에 대한 복종, 평화에 대한 갈구에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다가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느낌을 발견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손을 모으면서 양손의 기운이 모이고, 온도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 양손의 기운을 모으는 행위가 기도의 동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속에 있는 ‘음과 양’의 모든 기운을 모으는 동작이 기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뇌와 좌뇌의 역할이 다르다고 하니 두 손을 따라 나의 ‘이성과 감정’을 모으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관련 연구자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수련을 위해서 호흡을 하다 보면 손끝 마디마디에 기운이 모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기도의 동작은 손끝에 온몸의 기운을 모으는 것이 아닐까요? 실핏줄 하나까지 모아서 간절히 바라고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
과학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모인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이 되는 게 아닐까요? 여러 사람의 간절한 기도에 의해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심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믿고 싶습니다. 우리 삶에서는 기도가 필요한 장면이 너무나 많습니다.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두 손을 모아 더 겸손하고 간절한 모습으로 제게 있는 모든 기운과 소망을 모아서 기도합니다.
가까운 벗 중에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벗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오늘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습니다. 손끝에 마음이 모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마음과 기운이 부디 그에게 전해져 병이 낫기 바랍니다. 간절히 기원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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