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문호의 스포츠카페] '빈볼' 을 어떻게 던질 것인가

Los Angeles

2009.04.20 21: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얼마전 메이저리그에 빈볼(beanball) 논쟁이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 자시 베켓이 LA 에인절스 타자 바비 어브레유의 머리를 맞혔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한바탕 승강이를 벌였다. 베켓은 그 일로 인해 6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리그사무국이 빈볼로 판정했음이다.

빈볼은 '몸에 맞는 볼(hit by pitched ball)'로 투수가 상대에 위협을 주기 위해 머리쪽으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빅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직구 스피드는 보통 90마일이 훌쩍 넘는다.

타석에서 그런 공이 날아 들면 피하기 어렵다. 머리가 아니라 몸에 맞아도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192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타자는 빈볼에 맞아 사망한 기록도 있다.

그런데도 야구에서 빈볼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던지다 보니 공이 손에서 빠져 그쪽으로 갔을 뿐 맞출 의도는 없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베켓 사건의 경우 애매한 구석은 있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려는 찰나 어브레유가 타임을 걸었다. 베켓은 갑작스런 투구 중단으로 생길 지도 모르는 부상 방지를 위해 그대로 피칭을 했다.

그런데 그 공이 하필 어브레유 머리쪽으로 날았고 헬멧 쓴 머리를 강타했다. 뒤늦게 타임을 건 타자가 미워서 던졌는 지 정말 잘 못 던진 것인 지 누가 알 것인가. 어쨌든 어브레유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빈볼 여부는 타석에 선 타자는 알 수 있다고 한다. 공을 던지는 투수의 몸짓이나 표정변화 등을 통해 고의성을 알아 챌 수 있다는 것이다. 18.44m의 짧은 거리에서 날아 드는 공이라면 총알과도 같다.

투수가 맞힐 의도만 있다면 얼마든 지 타자를 '사냥'할 수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신인 투수들을 발굴할 때 '담력'이란 것을 중시한다. 벤치로부터 빈볼 사인이 나왔을 때 정확히 그 일을 수행할 만한 배포가 있냐는 것을 체크하는 것이다.

상대의 기를 꺾거나 혹은 경고를 주기 위해 살집 많은 엉덩이쪽을 겨냥한다면 모를까 머리를 향해 공을 뿌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왠만한 선수들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 야구에서는 한 때 '동업자론'이 힘을 얻었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살인과 다름없는 빈볼까지 동원한다면 공도동망할 수 있으니 동업자 정신을 발휘 빈볼만큼은 없애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같이 잘 살자'는 동업자론도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어느 새 들리지 않게 된다. 나와 내 팀 외에는 모두 적이 되고 적당한 적개심까지 개입하면 분위기상 벤치의 사인없이도 투수 스스로가 빈볼을 던지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어디 그런 일이 야구뿐인가. 사회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로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면서 '빈볼 주문'은 늘어만 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그렇게라도 일을 해낼 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니 일단 저지르고 볼 수 밖에. 물론 그 어떤 경우라도 밖으로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임무완수가 필요하다"고들 입을 모은다. 굳게 다문 입술 안으로 세치 혀는 여전히 '빈볼 사인'을 내면서 말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