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못하기보다 안 했던 것인 지도 모른다. 요리라 하면, 장보고 재료준비와 요리하는데 두어시간 걸려 만들어 놓고는 10분 안에 먹어치우는 것이 억울하다.
어릴 때 외할머니께서 내가 만든 음식 맛을 보시며 우리 손녀, 간이 맞소! 하시며 즐거워 하셨지만결혼하자 내게 고난이 닥쳐왔다. 앞치마를 곱게 입고 부엌에 들어서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신부의 모습을 지켜보다 신랑이 감을 잡았던 것이다. 남편이 스파게티를 해줘서 한달 정도 먹다가 내 스스로 스파게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먹거리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먹기 위해 사는 사람과 살기 위해 먹는 사람들로 구분할 수 있다.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은 대체로 먹성이 좋아 간장만 든 맨밥도 꿀맛이니 좀처럼 음식탓을 안 한다. 웬만큼 시간이 지난 음식을 먹어도 탈이 없다. 여자가 이 지경이면 요리에 드는 시간과 정성이 아깝고, 먹거리투자에도 인색하다. 단점이라면 건강에 좋다면 지렁인들 못잡아 먹을까, 먹기 위해 산다는 미식가들은 오로지 맛을 따르다보니 먹는 일에 정성을 들인다. 입맛이 까다롭고 색깔이라도 조금 변한 음식은 아예 독극물 취급이다. 비싼 재료에도 돈이 아깝지 않고, 맛을 내느라 온갖 정성을 쏟는다. 콜레스테롤이 좀 넘쳐도 눈 딱 감고 먹는데, 단점이라면 맛이 좋다면 개고기인들 못 먹을소냐다.
Iron Chef(아이언 쉐프)는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요리사들이 대결하는 이 음식쇼에서는 음식의 눈요기(presentation), 재료의 원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 맛의 조화, 즉 얼마나 맛이 나는가 하는 점으로 승자를 정한다. 아이언 쉐프 경쟁에 중국요리사, 일본 요리사, 인도요리사도 등장했지만 아직 한국인 요리사의 도전은 없다.
한국 대장금 연속극처럼, 타고난 요리사는 재능을 닦고 깎아 요리를 예술의 경지까지 올려놓는다. 요리사는 발레나 건축이나 의상디자인처럼 항상 새것을 연구하고 발표해야한다. 과거에는 요리사들이 오늘처럼 TV쇼나 각 사교모임에 초청받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류요리사면 저명인사다. 요리 비평가나 요리책 저자도 유명인사가 된다. 에밀리, 바비 프레이, 카라 캩, 레이첼 등 많은 요리사들이 텔레비죤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는데 한국인 요리사나 한국 요리사는 전무하다. 유명요리사중 리디아라는 이태리요리 전문가는 음식을 다 만들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 한입 맛보고 반드시 미리 선정해놓은 와인 한모금과 함께 삼킨다. 거의 모든 일류 레스트랑은 주인이 주방장이다.
일류식당의 조건은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다음이 음식맛이다.
언젠가 여러명의 미국인 친구들을 한국 식당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불행히도 이들은 한국음식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며칠 앞서 예약을 해놓았으나 이날 저녁 웨이트리스들은 예약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친구들 중 3명은 채식가였다. 채식을 주로 하는 아시안 식당이라고 걱정 없이 따라온 이들을 위해 막상 주문할 채식요리가 마당치 않았다. 김치며 깍두기, 볶은 오뎅, 멸치 등 가득한 밥상에서 먹을 메뉴를 찾지 못하고 배를 곯는 이 채식가들(?) 옆에서 나머지 여섯 친구들에게도 그 맛좋은 불고기니 갈비요리가 입에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판국이었다.
예전에는 랩음악이나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는 한국식당도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손님들이 식사하는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난이야! 2번! 5번! 소리를 질러대니 식사하다말고 자리를 뜨고 싶은 곳도 있었다. 어느 곳에선 밥상 옆으로 스케이트 선수마냥 찬바람 나게 쌩쌩거리며 지나다니는 웨이터의 부산에 음식이 채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젠 한국식당 안에서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아기들이없다. 다른 이들 식사하는 옆에서 이쑤시던 징그러운 몰상식인사도 안 보인다. 몸에 해로운 미원사용을 안 하는 식당도 늘어난다.
한국요리를 한다고 TV에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들을 가지런히 차려놓고 어느 요리사는 말한다.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훌륭한 한국요리를 이제야 발견했는지 모르겟다”고. 김치를 자기네 고유음식이라고 우리 몰래 등록해놓던 약삭 빠른 일본인들이다. 아이언 쉐프 쇼에 우리 돌솥비빔밥을 들고 나오는 일본인 요리사를 보며 근심이 된다. 저걸 또 저희들 고유음식이라 하면 어쩌나, 윌남 식당에서도 한국 불갈비를 잘도 팔면서 이상한 이름을 붙여놓는다.
어서 갈비(Korean Kahlby)라는 우리 고유 이름을 상표화할 수 없을까? 우리 한국식당들도 일류 레스트랑 반열에 들어설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