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한국시간) 검찰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에서 관련된 혐의에 대해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사진 촬영 직후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7층에 있는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실로 향했다.
이어 1120호 VIP조사실로 옮겨 600만달러 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조사한 혐의는 크게 네 가지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 박 회장이 청와대 관저로 전달했다는 100만달러,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 그리고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횡령한 12억5000만원 등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 돈들의 경로를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와 돈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하면서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이날 한국서는 TV앞에 많은 국민들이 운집했고, LA서도 중앙방송 등의 생중계에 많은 한인들이 귀를 기울였다.
임성준(46·LA)씨는 “막상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을 보니 착잡하다”며 “구태 정치와 단절을 표방하며 깨끗한 정치를 앞세워 지지했는데…, 배신감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