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이 헐값에 매각되는 비운을 겪었다.
지난 1990년대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렸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업체인 실리콘그래픽스(SGI)가 2번간의 파산보호 끝에 결국 2500만 달러에 매각된 것.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4월 초에 발간된 지면을 통해 '실리콘 그래픽스의 슬픈 전설'이라는 표지기사를 통해 한때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IT업체가 경영진의 무능력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기술 탓에 5억달러 이상의 빚을 지며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2년 스탠퍼드 대학 짐 클라크 교수에 의해 설립된 SGI는 1990년대 초반 '쥬라기공원''터미네이터2'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최첨단 3D(3차원)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며 승승장구한 기업이다.
짐 클라크는 인터넷의 원조 넷스케이프를 만든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1984년 3D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출시하며 86년 1720만달러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SGI는 92년 MIPS 컴퓨터 시스템을 2억2800만달러에 매입하는 등 이후 수개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일약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올라섰다.
SGI는 1997년만해도 매출액이 36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자랑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창업자인 짐 클라크가 넷스케이프로 옮겨가면서 사세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등의 저가 그래픽 기술 또한 경쟁에 가세했고 인텔도 값싼 칩으로 공세에 나서면서 저가 기술에 약했던 SGI는 판매 부진에 빠졌다.
또한 휴렛 팩커드 부사장이었던 리처드 부르조를 최고경영자로 스카웃하면서 부진은 가속화됐다. 부루조는 다음해 문책을 받고 사임했는데 SGI의 결정적 패인은 현실 마켓을 외면한 자만과 시장 조사의 실패로 분석된다.SGI가 파산 보호 끝에 선택한 기업은 서버업체인 래커블시스템스.
SGI는 지난 4월 법원에 챕터11 신청한 후 곧 래커블시스템스에 인수됐다. SGI는 2006년 5월에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가 회생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