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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효자

New York

2020.07.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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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보내주는 글들이 비관적인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외로워진다는 글과 자식들에 대한 실망의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친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던 중 한 친구가 “효(孝)라는 글자는 아들이 늙은이를 업고 간다는 뜻”이라고 했더니 다른 친구가 “늙은이를 업고 어디로 가느냐, 고려장을 지내러 가지”라고 하여 웃었습니다.

어버이날에 부르는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이라고 하고, 명심보감에도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네’라고 하지만 요새 젊은이들이 부모님에게 갖는 감정은 그것이 아닙니다. 물론 아직도 부모님을 잘 모시고 부모님을 사랑하고 효도를 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젊은이는 “부모가 저희끼리 좋아하다가 우리를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라고까지 말을 합니다.

요새 사람들 개념이 많이 변했습니다. 요새 젊은 부모들은 동창회에 나가서 친구가 자식 자랑을 하면 자기 자식도 꼭 그렇게 만들어야지 하고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3살 때부터 영어를 공부시키고 7살만 되면 학원에 보냅니다. 초등학교에서는 특수학교에 가기 위한 공부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중고등학교 때는 서울대에 가기 위한 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학원이 학교보다 더 중요합니다.

밤늦게 지하철에는 학원에 갔다 오는 학생들로 가득 찹니다. 어떤 소년 소녀들은 자기 일생에 자기를 가장 불행하게 하는 것이 어머니였다고 고백을 합니다. 이것은 자식을 사랑하여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식이 이렇게 훌륭하게 되었다고 동창회에 가서 자랑하려는 욕심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자라난 마마보이들은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이 서울 검찰청의 검사 몇 사람은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여어머니에게 전화해 이 사건을 어찌할까 하고 문의를 한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란 아들일수록 이쁘게 생기고 영악한 여자들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그 여자들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를 이렇게 출세시켜 자랑하려던 허영이고 집착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이제 부모의 약 효과는 없어졌습니다. 부모님이 자기 집을 팔아 사준 아파트에 부모님이 오시는 것이 싫습니다. 요새 유행에 맞지 않는 꼴통의 이야기도 듣기 싫고 꼰대 노릇 하는 것도 보기 싫습니다. 그래서 이 부모는 재산 목록 6호로 전락을 합니다. 1호는 딸, 2호는 남편, 3호는 휴대폰, 4호는 강아지, 5호는 가정부, 6호가 부모님입니다. 그래도 몇 호 안에 든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리고 모처럼의 연휴인데 시골의 부모님 댁에 가서 골치 아픈 소리나 듣고 황금연휴를 보내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잘살아서 갈 때마다 돈이나 준다면 몰라도 이제 부모님께서 받을 돈은 다 받았고 더 줄 돈이 없는 부모님은 부담이 되기만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효도하는 존재가 아니라 잊고 싶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아는 권사님이 심장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아들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자식의 대답은 집의 개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 가겠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이제 ‘孝’는 젊은이가 부모님을 업고 가는 자가 아니라 택시를 태워 요양원으로 보내는 효자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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