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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구겨진 백조

New York

2020.07.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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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중에 제일 큰 백조(스완)는 한국에서는‘고니’라고 불리며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 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돼 보호받고 있는 흔하지 않은 새이다.

물가의 자작나무잎이 모두 노랗게 물들던 무렵이었다. 우리가 가끔 걸으러가는 뉴욕 주 초입에 있는 공원은 산 아래와 산 위, 호수가 두 개나 있는 아름답고 비교적 조용한 곳이다. 공원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작은 천(川)의 다리를 지나면 마주보이는 산 아래 호수가 나온 다. 그 날, 푸른 호수 위에 백조 두 마리가 노니는 것을 만난것은 행운이었다. 단풍으로 물든 산과 호수를 둘러싼 숲을 배경으로 한 그 풍광은 그림을 보는 듯했다. 같이 간 지인과 나는 생각지 못했던 백조의 출현에 환호성을 질렀으며 우리는 그 모습을 배경으로 여러컷의 사진을 찍었다. 고니를 한 두번 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한 쌍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며칠 전, 나는 강 가 마른 풀대 사이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백조 한 마리의 모습을 유튜브 영상에서 보았다. 머리가 날개죽지에 움추려 붙어있고 검은 두 발은 물밖에 거꾸로 들려 있 었다. 어쩌다 저리 되었나 ? 하고있는데, 화면속에 한 남자가 물속으로 첨벙 내려서더니 그 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백조의 목과 다리가 낚싯줄에 칭칭 감겨 있었다. 그는 손으로 감긴 줄을 빼내보려 했지만 쉽지 않은지 곁에 있는 사람에게 칼을 달라고 해서 줄을 여러번 잘라 내고서야 백조가 풀려날 수 있었다. 강가 낮은 뚝 한쪽에 쓰러진 풀길이 보였다. 아마 낚시 를 하던 자리였나보다. 낚시하던 사람들이 낚시줄을 그냥 강에다 버려서 생긴 일인 것 같다.

환경 문제, 나 부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별 생각없이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 병, 낚시줄, 등 철저하게 구분해서 아무데나 버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형의 물고기, 콧 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꼿혀 피를 흘리는 거북이, 바다속에 떠 다니는 나일론 그물이나 낚시줄, 플라스틱 봉투, 등을 먹고 죽은 고래의 위에서 나온 것들이 인간이 버린 것들이었다. 환경 오염 문제는 바다 생물 문제만은 아니라한다. 기후, 공기, 물, 토양, 등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이 아름다운 지구를 오염시키고, 그 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한다. 플라스틱 제품들은 우리가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 는 물건들이지만 그것들은 자연에서 자연분해되지 않아 생태계에 큰 해가 된다고한다.

얼마 전 우리는 바다에 갔다. 불어 온 바람에 옆에서 낚시하던 이의 마스크가 바다로 날아 갔다. 우리는 얼른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마스크를 단단히 붙잡았다. 미끼를 낚시 바늘에 끼우기 위해 꼈던 일회용 장갑도 날아갈까봐 조심스러웠다. 그것들이 그대로 바다에 던져진 다면 혹, 배고픈 어떤 물고기가 그것을 먹고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 거렸다.

희고 큰 몸집에 긴 목 꼿꼿이 세우고 고고하고 우아하게 유영하는 새, 백조. 볼상 사납게 구겨진 모습이 안타깝다. 백조 부부를 배경으로 그 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사진을 다시 찾아 보았다. 바람이 호수를 흔들어 백조의 흰 물감이 물결을 따라 퍼지고 있었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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