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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수브랜드-7] 피죤 섬유 유연제, 처음 내놨을 땐 '머리 감아도 되나요'

'치마 안 달라 붙는다' 소문 퍼지며 대박

㈜피죤 이윤재 회장은 1970년대 동남합성이란 화학회사에서 근무하며 출장을 다니던 중 선진국에 있던 섬유 유연제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그때는 한국 주부들이 빨랫비누를 쓰고 손방망이질을 해 옷을 빨던 시절.

세탁기는 최고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 국내에서도 섬유 유연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죤 김달영(2000년 부회장으로 퇴사) 고문은 "정전기를 방지하면서 옷감을 유연하게 하고 동시에 피부에 자극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이 골칫거리였다"고 회고했다. 5~6가지 핵심 성분을 이렇게도 섞어보고 저렇게도 섞어봤지만 한 가지를 만족시키면 다른 점이 미흡했다.

연구원들이 테스트 샘플을 개발하면 직원들이 총동원돼 집에 갖고 갔다. 부인들이 여름 모시옷부터 겨울 스웨터까지 각종 빨랫감에 제품을 풀어 성능을 시험한 뒤 남편들에게 알려줬다. 향은 외국에서 수입했는데 테스트 끝에 은은한 잔향이 남는 '비앙카 향'으로 결정했다.

1년여간의 우여곡절 끝에 피죤(사진)이 78년 12월 세상에 나왔다. 연구팀을 이끌고 새 회사를 만든 이 회장은 홍익대 한도령 학장팀과 함께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피죤'으로 통일하고 CI(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을 했다.

명동 미도파 백화점의 유리로 덮은 진열장에 제품을 '모셔놓는' 명품 마케팅도 벌였다. 7년 동안 주부들에게 1t 트럭 1200대 분량의 무료 샘플을 뿌렸다. 출시 이후 용도를 모르는 소비자들의 좌충우돌이 이어졌다. 압권은 "머리카락 정전기가 심한데 이걸로 머리를 감아도 되나요"라는 문의 전화였다.

여대생들 사이에서 '피죤 하면 치마가 스타킹에 달라붙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주부들 사이에선 '피죤 한다'는 말은 '빨래에 섬유 유연제를 넣는다'는 말로 통하기 시작했다.

2004년 단일 생활용품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31년 동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가구당 1년에 약 3개(1.5L기준)씩 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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