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엉겹결에 집에 와서 온라인 수업을 듣던 대학생 아들이 지난주 드디어 학교로 돌아갔다.
운동선수지만 이번 가을 시즌 모든 경기는 취소되어 버렸고, 그나마 수업은 온라인과 대면 수업이 섞여 있는 형태로 커리큘럼이 짜여진 모양이다. 그동안 친구들이 많이 그리웠던지 학교 내 아파트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같이 살게 되었다고 엄청 들떠하며 좋아했던 아들이 이런 저런 부엌 살림도구까지 챙겨갔다.
그런데 콜로라도주의 덴버에 사는 제일 친한 친구가 대면 수업대신 전부 온라인 수업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캠퍼스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 많이 섭섭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나 역시 마음이 좋지 않다.
바이러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도리어 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대학가에서도 이래 저래 난리인듯 싶다. 아직 제대로 된 백신 개발이나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접촉이 유일한 예방책인 가운데, 그동안 온라인 수업이 일부 고등 교육기관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되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부분의 대학기관들은 보수적인 대면강의를 기본으로 교육이 이뤄진 것이 현실이다.
선후배, 친구들, 사제지간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자신의 출신지를 떠나 대학 기숙사와 강의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은 미국 대학 교육의 커다란 특징이었다. 특히 평생 자신을 따라다닐 탄탄한 인맥과 네트워킹이 주로 이 시기에 만들어 지기 때문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명문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주요 이유가 되었다.
물론 시작은 갑작스런 바이러스의 출현에 의한 대학의 자구책이었지만 어쩌면 온라인 수업은, 대면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단순히 머무르는 것이 아닌, 그것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교육전문가들도 의외로 많다.
예전 한국에서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고등교육기회를 놓쳤거나 새로운 학문에 대한 학구적 열의로 만학도들이 다녔던 방송통신대학교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온라인 교육의 시조새쯤 되지싶다.
한국에 비해 대학교 학비가 훨씬 비싸며, 타주로 진학을 하는 학생들의 숫자 역시 많기에 대학은 교육이라는 비영리적 설립 목적과 별개로 비지니스의 주체로서의 직간접적 역할도 담당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역적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많은 학생들이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감으로써 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대학도시들이 여럿 존재하게 되었다.
특히 외국으로부터 유학생들을 받아 학교재정에 도움을 받았던 많은 사립교육기관들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스몰 비지니스를 했던 사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 오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학생들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교육을 수만달러를 지불하면서 받고 싶어하지 않음 역시 이해가 된달까.
판데믹 상황에서도 학교를 열기로 결정한 학교들은 신입생을 우선 등교 대상자로 정했다. 그 이유는 미 대학의 독특한 학풍과 애교심 및 공동체 의식이 입학 후 1년 동안 가장 왕성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온라인 수업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학부형과 학생들의 공통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미국 명문사립대학들은 적어도 올 가을학기는 대면수업 대신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나이든 교수들이 그만큼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 및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겠지만, 동시에 온라인 교육을 제대로 활용할 인력과 리소스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호기심도 가져본다.
새로운 비대면 강의는 놀랍게 급변하는 개인의 수요에 맞춘 새로운 맞춤형 교육을 이끌 수도 있다. 시공간 제약없이,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의 소통이 가능하면서, 그동안 교육 전반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다면 이제는 저비용, 고품질을 지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선보일 수 있는 서막이 열린 것이다.
주변 교수인 지인들이 처음에는 수업준비를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니, 차츰 그들만의 노하우와 교습방법의 향상을 도모하면서 전체적인 수업의 질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결과 또한 도출되었다.
세상이 변한 것처럼 대학도 이젠 더이상 이 흐름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킬 수 없는 지경에 왔다. 전세계를 넘나들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결국에는 살아남을 것을 것이다.
진정한 강자와 그렇지 못한 쪽으로 구분될 것이고, 강한 곳은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다만 절감되는 비용이나 눈에 보이는 숫자의 발전과 상관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회복되고 구축될지 솔직히 걱정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