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쇄신이 필요할 때면 늘 애꿎은 당명을 자주 바꿔서인지 아니면 미국에 온 지 제법 시간이 흘러서인지 현재 집권당과 그 반대 야당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우리와 달리 미국은 다른 소수 정당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단순하게 공화, 민주 양당으로 이분되어 진보정당은 데모크라틱,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곳은 리퍼블릭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천편 일률적인 구분과는 달리 실제로 각각의 정당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현재와 동일한 이념과 정책을 추구한 것이 결코 아니었으며, 심지어 지금과는 정반대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적 집합체였다는 점이 사뭇 놀랍달까.
코끼리를 상징 동물로 사용하며 보수주의를 수호하는 공화당의 창당은 라이벌인 민주당보다 30년 이상 늦은, 미국 남북 전쟁이 시작되기 겨우 몇년 전인 1854년으로 그 뿌리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토마스 제퍼슨의 민주공화당에 기인하고 있다.
남북 전쟁은 그 당시 산업화를 바라던 중상주의 세력과 여전히 농업을 중시하며 지방분권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남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주들간의 이익충돌의 팔연적 결과물로서 양쪽 모두 자신들의 존립 기반인 노예졔 존폐 여부를 두고 극단적 대립을 했다.
결국 남부 연합군들은 연방에서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었고 이를 방관할 수 없던 연방 역시 역사상 가장 처참하고 막대한 물적, 인적 자원의 희생을 야기한 남북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에브라함 링컨은 어느 당 출신이었을까. 그는 사회적, 경제적 개혁을 외치며, 노예제를 반대하는 옛 휘그당, 그리고 일부 연방주의자까지 규합하여 창당한 공화당이 배출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나같이 미국 정당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소수인종의 권리를 좀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당의 공약의 역사가 사실은 오래된 것이 아니고, 그것의 출발은 공화당에서 유래함이 매우 흥미로운데 19세기 내내 높은 관세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것과, 전쟁 참전 용사들에게 연금을 지급해야한다고 강력 주장하면서, 미국의 국력이 북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자 연방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 철도사업, 국책 은행, 대규모의 질좋은 공립 교육같은 현 복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것 역시 공화당의 업적이라 하겠다.
당나귀가 마스코트인 민주당은 초창기 작은 정부와 노예제를 지지했고 각주의 독립성을 무엇보다 최우선시 했지만 플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이후, 민주당의 이념은 사회 자유주의로 돌아섰다.
더불어 흑인, 카톨릭, 여성, 성소수자같은 사회 비쥬류의 인권 보호 및 친이민정책, 총기규제 강화같은 사회적, 경제적 평등을 옹호하며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으로 변신했는데, 그로 인하여 오늘날 많은 중산층, 지식인, 이민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제는 만신창이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실업자 숫자는 다시 늘기 시작한 모양이다. 대학생인 아들이 학교로 돌아가기 무섭게 여러 대학의 캠퍼스 주변 여기저기서 확진자 숫자의 증가로 대면수업을 하기로 했던 애초의 계획에서 다시 온라인으로 전면 수업이 조정되고,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갑작스럽게 퇴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물론 여전히 마스크도 안쓰고 자신만의 자유와 권리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은 몇달을 숨죽이며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종식되든지 아니면 그것을 예방할 백신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면서 정부의 대책을 자신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따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수위는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그냥 버럭 화를 내거나 울음이 쏟아지기 일보 직전까지 다다른 것같다. 7월 말로 연방정부에서 지급하던 실업 수당 600불도 끊기고, 양당과 백악관 모두 협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공화, 민주당 모두 그들을 지지한 누군가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본인들은 실업자가 아니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받고 있지 않으므로) 시민들을 위한 투쟁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힘겨루기를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지금 이 순간, 직장에서 짤리고, 긴급한 의료및 구호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방치되어 고통받고 있다. 당리당략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 사람을 먼저 살필 때다. 두 당 모두 시민의 안녕을, 행복을 먼저 살폈던 기억할 만한 레가시가 있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