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 골프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더니, 숲속으로 들어갔다. 공을 찾으려 잡초와 넝쿨이 무성한 숲속을 들어갔다. 여기도 공이 있고 저기도 공이 있었다. 내 공도 찾아 엎드려서 주었다. 따끔한 통증, 벌에 쏘인듯한 통증이 오른쪽 겨드랑이 가까운 팔에 느껴졌다. 팔을 걷어 보니 빨간 점이 보이고 주위가 붉다. 어, 오른쪽 허리, 허리띠 위가 따끔거린다. 즉시 셔츠 자락을 허리띠에서 끌어내서 털었다. 벌인지, 개미인지, 거미인지 몰라도 오른쪽 팔 겨드랑 쪽을 물고, 셔츠 안 밑으로 내려가서 허리를 물은 것 같았다.
후딱 숲을 나와 골프 골프 카트를 타고 동료들에게 달려갔다.
“닥터 정, 벌인지 불개미인지 거미인지 벌레에게 물렸는데, 여기 좀 봐줘요.” 은퇴한 의사인 그가 내 팔과 허리를 살피더니 물린 자국이 여럿이고 많이 물렸다며 자기의 골프 백 속에서 알코올을 찾아 주었다. 옆의 다른 동료도 플라스틱 통으로 된 약을 주어 물린 자국에 문질렀다.
“설마 옐로우자켓은 아니겠지? 난 옐로우자켓이라는 벌에 쏘여 병원 응급실에 갔었는데?”
“벌인지 개미인지는 모르겠는데, 약방에 가면 배네드릴 연고도 있고 먹는 약도 있는데 약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상황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어요.” 닥터 정이 말했다. 물린 자리가 근질거리고 걱정이 되었다.
오하이오에 살 때, 공원에서 벌에 쏘여 응급실에 갔던 경험이 있다. 오른쪽 팔꿈치가 따끔해서 왼손바닥으로 탁 치니, 모기가 아닌 작은 벌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은 벌을 손바닥에 놓고 살펴보니, 몸에 노란 줄무늬, 말로만 듣던 옐로우자켓, 독성이 강하다는 벌이다. 물린 자리가 붉고 크게 부풀고 가려워 약방에 갔다. 약사가 연고 약을 추천하며, 만약 숨이 가빠지면 그건 생명의 위험경고이니 응급실로 바로 가라고 했다.
집에 와서 연고를 발랐다. 사타구니가 근질거려 열어보니 부푼 빵 같이 두드러기가 돋았다. 얼굴이 근질거려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 악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내 얼굴을 보고 나도 놀랐다. 얼굴이 문둥병 환자 얼굴처럼 부풀어있었기 때문이다.
내과 의사인 한인 친구에게 전화로 사연을 말했다. 자기가 직접 응급실로 갈 터이니, 그리로 오라고 했다. 나는 서둘러 그가 말하는 응급실을 찾아갔다. 그는 부푼 내 얼굴을 보고 침대에 누이고 주사를 내 엉덩이에 놓았다. 그의 이웃에 사는 백인 남자가 벌에 쏘였는데, 샤워하다가 죽었다고 했다. 매년 많은 사람이 벌에 쏘이고, 그중에 일부는 죽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산소 벌초하다 벌에 쏘여 죽은 사람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는 사이 몇 분 지나가고, 감쪽같이 두드러기가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처방 전을 써주면서 약방에 가서 주사약이 든 주사기를 사라고 했다. 다음에 벌, 특히 독성이 강한 옐로우자켓이나 말벌에 쏘이면 주사를 자신이 놓으라고 했다. 벌 알러지 반응이 다음엔 더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병원을 나와 약방에 가서 주사기를 사서 집에 왔다.
옛날 벌에 쏘였던 사건이 공포의 감정을 만들어 서둘러 골프장을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약방에 들렸다. 약사를 만나, 벌인지, 불개미인지, 거미인지 곤충에 물렸는데, 약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오른쪽 소매를 걷어 올려 물린 자리를 약사에게 보여주었다. 약사는 베네드릴 연고가 좋다고 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약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연고를 집어 들고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서 약부터 발랐다. 그리고 나와서 약값을 치르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차고에서 옷을 벗어 털어 걸고 거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줌 영상으로 라인댄스 하느라고 바빠 힐끗 나를 보더니 손짓으로 자기를 가만두라고 했다. 벌에 쏘여 샤워하다 죽은 사람 이야기가 생각나서 샤워는 하지 않고 손과 얼굴만 씻고 물린 곳을 살펴보았다. 오른쪽 팔엔 두 군데 빨간 물린 자국 주위가 진달래꽃잎처럼 퍼지고, 허리는 진달래가 세 송이 피었다.
라인댄싱을 마친 아내가 식탁으로 와서 간식을 먹으며 내가 곤충에 물린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내 상처 자국을 보았다.
지인이 아내에게 전화해서 내가 괜찮은가 물었다. 지인은 은퇴한 알러지전공 의사다. 가렵지도 않고, 두드러기도 안 나고, 호흡 불편도 없고, 붉게 충혈된 진달래 같은 자국도 붉은색이 엷어진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했다. 전화 주어서 고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후에 닥터 정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두 지인의 전화 상담이 회복에 대한 확신을 주고, 회복 속도를 빠르게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