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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김씨 표류기'] 세상 낙오자들에게 던지는 희망 메시지

정재영·정려원 '능청연기' 내내 폭소
짜임새 있는 스토리 스크린서 눈 못떼

감당할 수 없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여자 친구에게도 차인 남자 김씨(정재영)는 최후의 선택으로 자살을 택한다.

감독 : 이해준
주연 : 정재영·정려원
장르 : 드라마
등급 : 등급없음(12세 이상 관람 가능)
상영관: 엠팍극장


화창한 어느날의 오후 한강에서 뛰어내려 세상과 이별을 통보한 김씨가 눈을 뜬 곳은 어처구니 없게도 밤섬의 모래밭이었다.

구조 요청도 시도하고 다시 죽어보려고도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김씨는 내친 김에 밤섬에 정착해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3년 동안 자신의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 여자 김씨(정려원)의 유일한 행복은 망원 카메라로 '달사진 찍기'다.

우연히 밤섬 모래밭에 남자 김씨가 적어놓은 'HELP'라는 메시지를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의 호소라고 여긴 여자 김씨는 큰 맘 먹고 외출을 감행하고 'HELLO'라는 메시지를 밤섬에 전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두 김씨는 메시지 전해 받으며 서로를 세상으로 다시 끌어낸다.

두 김씨에게는 '세상과의 이별을 통해 자신을 구원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남자 김씨는 사채를 감당하지 못해 세상과 이별하고 여자 김씨는 '왕따' 당했던 과거의 기억을 잊으려 '현실'이라는 세상을 떠나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절망적인 두 김씨의 삶을 그렸지만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남자 김씨 역의 정재영은 능청스럽고도 탁월한 원맨쇼로 내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나무에 목을 매 죽으려는 순간 설사가 찾아오고 엉덩이를 보이며 어기적 어기적 움직여 사루비아의 꿀을 빨아먹다 '죽도록 달콤하다'며 눈물 콧물 따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등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여자 김씨 역의 정려원도 평소의 세련된 이미지를 지우고 산발 머리에 이마의 큰 흉터를 가진 '추녀'로 분했다. '외계인'으로 단정지은 남자 김씨와 소통하려 밤에 몰래 아파트를 탈출하는 귀여운 장면들을 연출한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남자 김씨가 6개월 동안 밤섬에서 지내는 동안 시도해보는 갖가지 행동을 통해 평범한 삶의 진리를 얘기하며 여자 김씨의 3년간의 감금을 통해 무서운 세상의 편견을 보여준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했던 이해준 감독은 무심코 밤섬 위를 지나다 든 생각에서 영화 '김씨표류기'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그 안에 떠 있는 무인도 밤섬은 사회의 낙오자들이 떠나고 싶어했으나 떠나지 못한 세상과 도달하고 싶지만 도달할 수 없는 세상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감독은 사회에서 낙오된 두 남녀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용기를 심어준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소통'이라는 도구를 통해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을 가지게 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르는 사회의 약자 모두에게 '조금만 더 용기를 내봐'라고 다독인다.
황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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