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도박, 월남파병-16] '작전권 없이는 월남 안 가겠다'
'확보 못하면 한국 민간업자 보호못해'
채명신 사령관, 박 전대통령 만나 설득
"월남전이 터진 그때가 6.25를 치르고 나서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100%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잖습니까. 그 무렵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85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빈곤했어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밀가루니 식용유 같은 것까지 미군이 갖다 줘서 우리 군대가 유지됐고 우리 국민도 미국의 잉여 농산물이라고 해서 밀가루 옥수수 이런 것들을 갖다가 먹고 살았던 겁니다. 국방비도 그걸로 사용했다구요.
그런데 안보까지 위험하지 않았습니까. 이북이 중공하고 상호방위조약이 되어 있고 소련하고도 상호방위조약이 돼 있고. 그래서 미군 2개 사단이 그때 한국을 지키고 있었던 겁니다. 2사단하고 7사단이오.
5만 명 가까이 주둔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뭐 미국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루 생존도 어려운 상태였어요. 그럴 때인데 미국이 월남전에 본격적인 개입을 결심하고 나서 우리한테 특별히 병력을 증파해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김성은 전 국방장관)
이런 상황에서 채 사령관은 기업들과 민간 파월 기술자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군만의 작전권을 확보했었기 때문이지만 그것도 자칫하면 확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령관으로서 부임하기 직전이지요. 청와대에 들어가니까 박 대통령께서 '가거든 미군사령관 지휘하에 들어가서 임무수행을 하는 게 좋겠다'. 맨 먼저 이 말씀부터 하시더라구요. 깜짝 놀랐죠. 그래서 내가 명령 불복종이 된다면 군복을 벗겠다 작전권이 없다면 가지 않겠다고 아주 단호하게 말씀 드렸다구요."
-이유를 설명했을 것 아닙니까.
"6.25 때는 우리가 미군 지휘 아래서 작전을 했지만 월남은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침략을 받고 있는 자유 월남을 도와주러 간다는 건 정치적인 명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해야 우리도 정치적인 명분이 서지 이 전쟁이 미국의 청부전쟁도 아닌데 미군 지휘 아래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확실히 못을 박아 버렸다구요.
절대로 미군 지휘 아래서는 작전할 수 없다고 말이죠. 우리가 작전권을 가져야 우리 장병들 사기도 올려 줄 수 있고 우리 기업들의 신변보호도 가능한 거라구요. 작전권이 없는데 어떻게 장병이든 기업이든 민간기술자든 보호를 합니까?"
-박 대통령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십디까.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라구요. '큰일 났다. 내가 브라운 대사하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러시더군요. 물론 대통령의 뜻은 알지요. 우리가 실탄 하나 식량 하나 심지어 가고 오는 것까지 전부 미군 항공모함을 이용하고 헬리콥터다 탱크다 그런 것까지 전부 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군 지휘 아래 있어야 잘해 줄 거라고 생각하신 건 백번 옳은 말씀이에요.
그렇지만 월남은 전쟁 양상이 특수하다구요. 굴 속에 베트콩들이 잠복하고 지역전을 치러야 할 때도 숱한데 전체적인 작전만 가지고 돼요? 전선이 없고 후방에 적이 더 많단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작전도 특수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말씀이 없으시더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시더라구요. '국가원수가 상대방 대사에게 말씀하신 건 취소할 수 없으니까 일보 후퇴해 주십시오. 월남의 전쟁양상은 특수하니까 세부사항은 양군의 군사령관이 만나서 결정하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랬지요. 그래서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군 사령관 스몰렌 대장하고 공군사령관 브라운 대장 깐깐한 라슨 장군을 만나서 굉장히 싸웠지만 우리 입장을 관철시켜 작전권을 확보했던 것 아닙니까. 그게 없었으면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우리 기술자들 신변을 어떻게 보호합니까."
뒤에 한진이 수송과 하역 용역을 통째로 미국 회사에 빼앗기게 될 위기상황도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월남전을 경제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시장으로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한진의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병력 숫자만으로도 표정 관리를 해야만 될 일이었다.
실제로 형(조중훈)의 부탁을 받고 실패하면 귀국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왕복 티켓이 아닌 편도 티켓만 들고 월남으로 향한 당시 조중건 상무는 역시 형이 살피고 돌아와서 했던 얘기가 실감될 정도로 하역과 수송 물량이 황금 광맥처럼 줄지어 쌓여 있었다고 했다. 조 상무 얘기다.
"부두에 가 보고 다 돌아보니까 엉망진창이고 형님(조중훈) 말이 틀림없는 겁니다. 처음 월남을 둘러보러 가셨는데 금광이 바다 위에 떠 있더라면서 네가 가서 보자기에 싸 오라고 했단 말이죠. 금광을 아예 통째로 보자기에 싸 오라 이거죠 하하하. 그러면서 한국에서 친했던 미군들이 월남에 다 가 있으니까 너만 가면 전부 반길 거다 그거예요. 가서 보니까 진짜 사이공 아니면 퀴논에 다 있어요."〈계속>
이호/객원기자·작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