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WJ 커버스토리] ‘술의 대명사 폭탄주 그 실체를 해부해 본다’

San Francisco

2009.06.19 09:0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폭탄주 3대 지존은 ‘도미노주’, ‘회오리주’, ‘분수주’한국의 음주 문화
변천사 중 획을 긋는 제조법이 있다. 일명 폭탄주다.
폭탄주가 무엇인가 의아해 하는 북가주 한인들도 많을 것이다.
폭탄주는 ‘맥주에다 양주를 섞어 만든 것’이다. 줄여 ‘양폭’이라고도 부른다.
양폭이 원조 폭탄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소주와 맥주, 와인과 맥주 등을 섞어 만드는 등 폭탄주의 종류도 퍽이나 다양해졌다. 소주 맥주를섞는 것은 ‘소폭’ 또는 ‘소맥’으로 부른다. 제조 방법 수 또한 수 십 가지로 20여년 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흔히 폭탄주는 술이 센 사람만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주량에 따라 양만 조절하면 초보자도 좋아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술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매력 있는 술이 폭탄주라는 것은 주당들의 이구동성이다.
폭탄주를 전격 해부, 그 실체를 파악해 본다.


‘탈도 많고, 화제도 많은 술: 폭탄주’

군부독재시절 탄생된 술로 인식되고 있으나 박희태한나라당대표가 원조
폭탄주, ‘제조원과 판매원은 분리할 수 없다’-‘이상, 억지논리로 만든 사람이 우선 마셔야...’

제조 방법, 제조 원료, 제조 가지 수에 따라 종류 수 십 가지


폭탄주(爆彈酒)는 맥주와 양주를 섞은 것이다. 작은 양주 잔(스트레이트 잔)에 위스키인 양주를 따라서 맥주를 따른 큰 컵에 빠뜨려 마신다. ‘폭탄주’라는 이름에 맞춰 양주잔에 따른 양주를 ‘뇌관’이라고 익살스럽게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양주뇌관대신 소주 뇌관을 많이 사용, 소주폭탄 즉 ‘소폭’도 널리 유행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폭탄주와 비슷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 문화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외국의 경우 영화 속에 폭탄주가 많이 등장한다. 로버트 미첨과 마릴린 먼로 주연의 오래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A River never Returns)’에서 로버트 미첨이 살롱에서 폭탄주를 시키는 장면이 나오고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영화 속에서도 브리드 피트가 여자 친구에게 청혼하고 기분이 좋아진 영화 속의 형과 함께 생 맥주잔에 위스키 스트레이트 잔을 떨어뜨려 거품이 풀쩍 이는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추악한 주식중개인(Gogue Trader)’에서는 생활고와 시름을 달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는 탄광이나 벌목장, 부두, 또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노무자들이 싼 값에 빨리 취하면서 시름을 달래기 위해 마셨던 술이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 즉 폭탄주다.
한국에선 특히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술자리에서 강제로 술을 권하는 문화와 연관하여 폭탄주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 등이 폭탄주를 마시고 크게 취하여 실언을 하거나 추태를 부리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다. 국회의원들이 하도 폭탄주로 인해 사고를 치니까 ‘국회폭소클럽’이 생겼을 정도다. 폭탄주를 소탕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것이다.

흔히 폭탄주는 군사문화와 연관되어 군인들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1983년 강원도의 군, 검찰, 안기부, 경찰 등의 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마셨고 당시 제조원은 춘천지검장이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라는 것이 정설이다. 박한나라당 대표가 원조인 셈이다.
특히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 문화와 연계되어 검찰에서 매우 유행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검찰 등 관(官)에선 폭탄주를 멀리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폭탄주의 대가로는 한국에서 레드 캡 투어라는 LG계열의 여행사, 심재혁(62)사장을 꼽을 수 있다.
폭탄주로 논문을 썼을 정도다.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의 최고 엔터테인먼트과정을 수료하면서 ‘폭탄주에 대한 소고(小考)라는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폭탄주 유래, 도수(약 10도 안팎이 대부분), 탄생 배경, 마시는 이유, 제조법 등 한 마디로 ’폭탄주 백과사전‘이다.

심사장은 폭탄주의 대가다. 대가라는 이름을
부치는 이유는 상대방의 술 실력을 고려해 폭탄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아예 폭탄주를 권하지도 않고 맥주 정도만 가볍게 마시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맥주만 조금 마시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영락없이 폭탄주는 등장한다. ‘티코주’를 권하는 것이다.
티코는 대우자동차 시절 국민차다. 경차다. 양주 잔을 뒤짚어 밑에 약간 난 홈에 양주를 붓고(0.5 cc 미만) 이를 양주 잔에 부은 맥주에다 탄 그야말로 미니 폭탄주다. 남에게 술로 인한 부담을 절대 안 준다는 뜻이다. 연대 상대를 나온 심사장은 LG에서 한 평생 뼈를 묻은 사람이다. 1972년 호남정유(현GS칼텍스)로 입사, 1994년 LG회장실 전무(그룹 홍보팀장), 1998년 LG텔레컴 부사장, 1999년 인터컨티넨탈사장, 2007년부터 LG계열사인 레드 캡 투어 사장을 맡고 있는 심사장은 술 비즈니스와는 무관한 인물이다. 홍보 등 대외업무가 인연이 돼 술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처럼 보이지만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안 한다’는 말 처럼, 자기가 싫었으면 ‘폭탄주 박사’칭호를 들었겠는가 묻고 싶다. 지금도 가끔 어울릴 기회가 있어 “한 잔 제조하지요?” 하면 “환갑 지난 사람이 무슨 폭탄주야...”, 하면서도 종업원에게 얼른 맥주와 양주 또는 맥주와 소주를 주문하는 그야말로 폭탄주 매니어다.

폭탄주는 섞는 술이다. 한국산 칵테일인 것이다. 섞는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신토불이 폭탄주도 있다. 우선 오십 세주라 해서 백세 주 한 병과 소
주 한 병을 섞어 만든 대표적인
혼합주를 들 수 있다. 백세 주란 이름에 소주를 반씩 탔으니 오십세 주로 전락한 것이다. 설산주는 설중매라는 술에 산소주를 6대 4로 조제한 것으로 맛이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며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주는 백세주 한병에 소주를 두 병 섞어 만든 술로 일명 이십오 세주다. 천국의 눈물은 천국이라는 술에 참이슬을 5대 5 비율로 섞어 만든 술로 여성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산삼주는 산 소주에 한국인삼공사 홍삼가루를 타서 마시는 술이다.

폭탄주 종류를 보면 약30여 가지다.
우선 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붓고 ‘뇌관’인 양주 잔에 양주를 따라 넣는 것이 정통 제조법(?)으로 이를 ‘원자폭탄주’라고 부른다. 이때 잔을 7부로 채우는 것이 가장 좋은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맥주잔에 양주를 붓고 맥주는 작은 잔에 넣어 제조하는 것은 ‘수소폭탄주’라고 한다. 너무 독해 크게 보급되지 않았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드라큘라주’, ‘삼색주’ 등은 맥주 대신 포도주가 들어가는 등 제조 원료가 다르다.
‘골프주’는 맥주컵 위에 젓가락을 걸쳐놓고 그 위에 양주 잔을 올려놓고 나서 술을 부은 다음 다른 젓가락을 손으로 쳐(스윙) 잔을 떨어트린다. 일명 ‘스윙주’라고도 한다. 유사한 ‘슬라이딩주’도 있다. 맥주 잔 위에 명함을 올려놓고 그 위에 양주 잔을 올려놓은 후 명함을 빨리 빼내 양주 잔이 맥주잔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파 3 골프주’도 있다. 제조법은 골프주와 같지만 마시는 방법이 다르다. 마시는 사람의 목젖 움직이는 횟수에 따라 상금과 벌칙이 주어진다. 한 번에 마시면 홀인원, 두 모금, 즉 목젖이 두 번 움직이면 버디, 세 번이면 파다. 대개 돈을 걷어 놓고 홀인원 한 사람에게 상금을 몰아준다.


‘칙칙폭폭주’라는 것도 있다.
한 사람 위스키 잔 6개씩을 배정하고 각 잔마다 다른 ‘액체’를 따른다. 보통 배열순서는 맥주→ 이온음료→ 양주→ 사이다→ 생수→ 소주이다.
칙칙폭폭 하면 한 잔씩 마셔야 하는 관계로 ‘칙칙폭폭주’로 불린다. 노래는 대개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의 짧은 동요를 부른다. 흡수력이 강해 취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회오리주’는 폭탄주의 지존이다.
스트레이트 잔, 한 잔 분량의 양주를 먼저 맥주컵에 따르고 나머지를 맥주로 채운다. 잔 위를 냅킨 등으로 덮고 손 바닥으로 잔 위를 감싼 다음 허공에다 대고 힘차게 원형으로 돌리면 이 때 잔 안에서 거품이 회오리 폭풍이 솟구치는 것 처럼 거품 기둥을 이룬다. 회오리기둥이 잘 안만들어 질 때는 ‘안개주’라 불리운다.
푹탄주의 고수만이 할 수 있는 난이도 높은 기술이다.

‘다이아몬드주’는 회오리주에 얼음 한 조각을 띄워 조명을 받게 해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것으로 주로 여성 전용이다. ‘금테주’는 맥주나 이온 음료인 포카리 스웨트를 언더락스잔에 가득 채우고 잔 위에 휴지 한 장을 놓고 스트레이트 잔 한 잔 분량의 양주를 따른다.

잔에 떨어진 양주가 맥주 또느 포카리 스웨트와 섞이지 않아 금테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명 ‘무지게주’라고도 한다. ‘충성주’(박치기 또는 마빡주)의 제조법은 골프주와 같다. 다만 스윙대신 잔이 놓인 탁자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면 충격 및 진동에 의해 양주잔이 맥주잔으로 똑 떨어진다. 머리를 박아 충성을 다짐한다고 해 충성주다.


‘물레방아주’도 있다.
맥주잔 위에 양주잔을 손가락으로 세워 양주잔에서 맥주잔으로 양주가 똑똑 떨어지는 모양을 가르키는 것이다. ‘수류탄주’는 맥주 캔의 따개 부분을 자른 뒤 맥주를 조금 따르고 양주를 넣어 가득 채운 폭탄주의 일종. 다 마신 후 빈 캔을 천장에 ‘투척’한다고 해서 수류탄주라고 한다.

‘도미노주’ 역시 최근 주당들사이 지존을 가리는 기술이다.
인원수대로 맥주잔위에 위스키 잔을 올려놓고 일렬로 세운 뒤 톡 쳐서 잔이 맥주잔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10잔까지 도미노주를 만드는 술군은 진정 주당군에 편입된다.

‘샤워주’는 맥주병을 막 흔들어 거품과 함께 맥주잔에 이미 넣어 둔 위스키 잔을 향해 뿌리는 것으로 거품이 확하고 퍼질 때 물을 뒤 짚어 쓰는 것 같아, 샤워주라고 부른다.

‘분수주’도 폭탄주 지존들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반 폭탄주를 만들어 비닐 랩으로 몇 겹을 싼다. 맥주잔을 랩으로 봉한 뒤 이쑤시개로 구멍을 하나 낸후 회오리주를 만들듯이 잔을 손목으로 돌린 후 탁자에 잔을 내리치면 압력에 의해 미리 뚫어 놓은 바늘구멍을 통해 술이 분수처럼 치솟는 모습이 연출된다. 일명 미사일주라고도 한다.

폭탄주 예찬론자론자들은 한결같이 폭탄주만한 술이 없다고 말한다.
폭탄주는 빨리들 취해 회식을 빨리 끝낼 수 있는 술, 마시는 절대량이 적어 경제적이며 상관이든 부하 등 골고루 마실 수 밖에 없어 공평하게 마시는 술 대접을 받는다.
특히 술잔이 상석으로밖에 몰릴 수 없는 좌장 입장에서는 폭탄주를 돌려야 술을 덜 마신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폭탄주의 장점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서먹서먹한 자리에서도 한 두잔만 돌면 금방 사교감과 친밀감이 더해진다는 것이 주당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폭탄주 예찬론자들은 이런 까닭에 ‘경제적이지, 공평하지, 사교적이지’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술을 마시는 한은. 만든 사람이 우선 마시는 것도 폭탄주의 주법이다.
제조원과 판매원은 분리할 수 없다는 이상야릇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만든 사람이 먼저 마시게 하는 것이 폭탄주인 것이다.
술은 마실 수 있는 범위 내 에서만 마셔야 하는 음식이다.
과하면 꼭 부작용 내지는 화를 불러서 하는 말이다. 정도에 지나침은 정도에 미치지 못함과 같음이라는 뜻 즉 ‘중용’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이르는 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술이다.

이를 명심하자.
화를 부르는 술자리는 결코 용납이 안된다.
적당히 마셔 기분 좋은 술자리로 하루를 마감하는 버릇을 들이자.
북가주에서는 술 마실 때 건배 멘트로 ‘당나귀’를 외쳐보자.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이 악연으로 변질되지 않게 술을 콘트롤하는 습성을 반드시 들이자.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다.
이를 명심하자.



특별 취재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