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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Washington DC

2009.06.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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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쌤앤파커스 $17.45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니? 일견 부부관계에 대한 책 혹은 무모한 남자들의 로망에 대한 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재미는 창조다’는 키워드로 seri ceo, 월간조선, 신동아 등에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김정운 교수의 칼럼을 새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어느 순간까지는 ‘무작정’ 달려온 남자들, 그들이 왜 어느 순간 자아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지, 권위와 의무감에 탈출구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지, 어디서도 지친 영혼을 뉘일 곳을 찾지 못하게 되는지, 그것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분석서이기도 하다.

단, 그 방식이 유쾌하다 못해 통렬하다. 남자들의 현실 키워드, 즉 ‘아내’로 대별되는 안정과 로망의 경계를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독특하게 풀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귀가 얇다 못해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고, 한번 폭발하면 대로변에서 삿대질도 일삼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며칠 밤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소심남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모든 단점에도 불고하고 행복하게 위해 아내와의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살고 있다.

하지만 ‘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도무지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문화심리학적 사례와 연구결과를 종합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걸러내어 이 책을 집필했다.

왜 하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해야(?) 할까? 그것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져보라는 뜻이다. 결혼, 육아, 책임, 직장, 연봉…. 어느덧 이 모든 것이 당연히 내가 추구하고 지켜야 할 가치라고 믿고 있는 나는 잠시 잊자, 아니 후회할 것이 있으면 건강하게 후회하자는 말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배꽃나무 아래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썬샤인 온 마이 쇼울더’를 흥얼거리고 〈쿼바디스의 데보라 카가 입었던 하늘거리는 주름치마에 설레어 하던, 내 안에 아직도 그득그득 살아있는 ‘재미’를 떠올려보자는 저자의 발칙한 제안이다.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괜히 불안하다?’, ‘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건, 다 정치 때문이다?’, ‘행복 그까짓것 별건가, 그럭저럭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재미있으면 죄를 짓는 것 같게 만드는 문화심리적 기제다. 그리고 이런 좌불안석 ‘존재불안증’에 대한 최고의 치료제는 ‘재미’와 ‘감탄’을 되찾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성공 처세서에 지친 독자들에게 주는 유쾌한 위로이기도 하다. 성공을 향해 달음질 쳐보아도 왠지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고, 위로 받고 싶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이 땅의 남자들을 위한 통쾌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저자 김정운 교수는 독일에서 문화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학교에 우리나라 최초로 ‘여가경영학과’를 개설했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란 남들의 기준에서 ‘성공’이라 평가되는 것을 향해 무작정 달려 나가다가 어느 날 허무해진 대한민국 남자들의 심리적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그것도 딱딱한 교과서적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이야기, 특히 ‘아내’라는 이름으로 대별되는 유쾌한 일상을 대입시켜 풀어나가는 저자의 입담은 읽는 이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로망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행동해보지 못한 남자들의 심리적 ‘여백’을 통렬하게 채워주는 책이다. 동시에 아내 혹은 여성들이 ‘외롭고 허전한’ 남자들의 심리적 결핍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샘터서림 703-25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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