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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스포츠카페] '스포츠맨십은 상대에 예의를 갖추는 것'

Los Angeles

2009.06.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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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주 사이 프로 스포츠계엔 굵직한 대회 2개가 동시에 진행됐다. LA 레이커스의 승리로 끝난 프로농구(NBA)와 피츠버그 펭귄스가 우승한 프로아이스하키(NHL)의 플레이오프였다.

두 종목 다 인기가 대단했고 극적인 승부까지 더해지면서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승자의 아량과 패자의 승복하는 자세가 부족해 벌어진 일들이다.

먼저 NBA 동부컨퍼런스 결승 6차전인 올랜도 매직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대결이 끝난 지난달 31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클리블랜드는 올랜도에 덜미를 잡히면서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클리블랜드의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경기에 지자 곧바로 라커룸으로 철수했다. 상대방을 축하해 주는 제스처도 없었고 기자회견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 12일엔 NHL 스탠리컵 최종전이 있었다.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 레드윙스가 2년 연속 맞붙은 최고의 승부였다.

피츠버그는 전년도 패배를 딛고 17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열악한 구단 살림 탓에 신예들을 중심을 팀을 꾸렸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다. 피츠버그의 젊은 주장 시드니 크로스비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느라 패한 팀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위로를 건네는 절차를 무시해 구설수에 올랐다.

두 경우 다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르브론과 크로스비는 '싸가지 없는 선수'로 낙인 찍혔다. 가관인 것은 그런 행동 후 보인 두 스타들의 해명 또한 궁색하기 이를데 없었다는 것이다.

르브론은 "승리팀에게 축하를 해 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다.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을 나는 축하해 주지 않는다. 패자가 승자와 악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르브론이 감정에 솔직한 것 아니냐" "경기에 져서 기분이 나쁜데 억지로 미소까지 지으며 악수하는 가식적인 행동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물론 패배의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싶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마치 초등학생이 내기에 진 후 응석을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크로스비도 "우승 뒷풀이를 하느라고 악수를 다 하지 못했을 뿐이다. 악수를 하려면 상대가 더 기다렸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해 디트로이트 선수들과 팬을 크게 자극했다.

승자는 하늘을 날 것같은 기분일 것이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가족 친지와 감격의 포옹을 하는 장면은 팬들도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패자에겐 정말 피하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울 수만 있다면 통곡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차마 내색도 할 수 없다. 그 와중에 승자에게 축하의 인사까지 전해야 하다니 그런 지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승자와 패자의 위치는 언제고 뒤바뀔 수 있다.

한 주 혹은 1년 뒤 승자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 올 때 패자가 다가와 따듯한 악수를 청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지 않을까. 바로 1년 전 패자로서 보인 행동을 고스란히 돌려 받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타이거 우즈는 르브론의 행동에 대해 "스포츠맨십은 상대 선수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한 마디했다.

우즈 또한 매너가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최소한 경기 후 모자를 벗어 상대와 악수하는 것까지 거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패자 혹은 약자에 건네는 따듯한 한 마디가 어디 스포츠계 승자만이 갖춰야 할 예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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