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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삼종소리를 들으면서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성당

이탈리아를 순례하는 이들에게는 중세기의 아름다운 전통이 사방에 남아 있는 모습들을 보고 감탄하곤 한다. 그 중의 하나는 정오와 낮 열두 시에 들려오는 성당의 삼종 소리다.

이탈리아 뻬루지아라는 소도시에서 이탈리아 말을 배울 때 도시 중앙통에서 낮 열두 시와 저녁 여섯 시만 되면 모든 성당에서 들려오던 삼종소리는 어릴 때 듣던 시골 성당의 삼종소리 같기도 했고 이 곳이 이딸리아이니 중세기 유럽의 전통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기도를 자주 바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려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Vox campanae vox Dei(종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라는 수도원의 전통적인 관습을 현대인들에게도 일깨워 주는 성당의 종소리는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마음을 위로 들어 올리는 고마운 소리이며 하느님을 멀리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주님께로 돌아오라는 회개의 외침도 될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발렌띠노 아우렐리오라는 위대한 수도자가 있었다. 그분은 수도회에 들어가 훌륭한 모범을 보인 분이며 무엇보다도 이웃 사랑의 실천에 뛰어난 분이었다. 1278년에 태어나 70세를 사신 이 수도자의 청년기는 파란만장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훌륭하게 성장한 그의 어린 시절은 꿈같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사랑하는 동생이 결투에 연루되어 비참하게 죽고 난 후로는 매일 원한과 복수에 찬 삶을 살고 있었다.

동생을 죽인 그 사람을 죽이려고 복수심을 키우면서 매일 같이 칼과 활을 다루는 연습을 하였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매일 해오던 기도와 학업생활은 사라지고 원수를 갚으려고 하니 착한 마음은 서서히 악하게 비뚤어져가기만 했으니 주일미사 가는 것도 제처 놓고 말았다. 동생을 죽인 그 사람은 이 소문을 듣고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어느 깊숙한 산속으로 숨어들어 산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무술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아우렐리오는 동생을 죽인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 품속에는 늘 단도를 지니고 다녔고 신발 속에도 작은 비수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원수를 만날 수는 없었다.

한참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오후 해가 뉘엿뉘엿 서녘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도 원수를 찾아 헤매던 그는 뽀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긴 다리를 건넌 후 조금 더 나아가니 외나무 다리가 나타났다.

저쪽에서 사람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수도자가 입는 두건 달린 옷을 입고는 두건을 쓰고 있어 마치 수도자처럼 보였다. 수도자가 아닌가도 생각되었지만 혹시나 해서 그를 세워서는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수도자는 아니고 동생을 죽인 바로 그 원수거 아닌가?

품고 있던 단도를 꺼내어 그 사람을 막 찌르려는 순간 가까운 산 중턱의 수도원 성당에서 삼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원수는 무릎을 꿇고 "살려주세요" 하면서 빌기 시작했다.

삼종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은은한 소리는 그에게 하느님의 음성처럼 들려 왔다. "왜 그를 찌르려고 하느냐? 내 아들 그리스도는 자기를 못박은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았느냐?" 이런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자기도 모르게 단도를 떨어뜨리고 잡고 있던 그의 목덜미를 놓아주면서 그는 그 원수를 껴안고 한참 포옹했다.

그리고 악수를 청하면서 용서해 주었다. 수년간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 방황하던 그는 보속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 수행에 힘썼고 특히 이웃사랑 실천에 큰 모범을 보여주어 오늘 날까지도 중세기의 아름다운 이야기의 하나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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