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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삼종소리를 들으면서 (2)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성당

19세기 불란서가 낳은 위대한 화가 중에 밀레(J.F.Millet+1875)라는 분이 있다. 그분이 그린 그림들 중에 우리말로 '만종'(晩鐘)으로 번역된 그림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번역이다. 올바른 번역은 교회가 사용하는 "삼종기도"이다.

역자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리라 보여지며 좋게 해석하여 그 그림의 장면이 저녁 삼종기도이니 그렇게 번역했는지도 모르겠으나 한국 천주교회의 공식 번역문은 아니다.

이 그림은 밀레가 불란서의 수도 빠리 근교 바르비종의 전원생활과 풍경을 그린 그림의 하나로 내용은 이러하다. 부부가 오후 늦게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멀리 성당에서 삼종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부부가 두 손을 합장하여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다. 그들 옆에 연장이 보이며 멀리 성당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그 아름답고 신심 깊은 장면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린 화가 밀레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계신 데 없이 곳곳에 계시는 하느님은 교회 안에는 물론이고 들판에도 계시므로 누구나 마음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그분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착하고 순진한 농부들에게 삼종소리는 마음을 위로 들어올리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신심 깊은 그리스도인은 하루에 세 차례 이 기도를 바친다.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시 삼종소리에 맞춰 이 기도를 바치기도 하고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하기 전에 이 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문의 일부는 성경에 근거를 두고 나머지는 교회가 묵상한 내용이다. 그리스도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구원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다. 완전한 신이신 그분이 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시기 위해서는 마리아라는 여성을 통해서였다. 이 내용은 루카 복음 1장에 상세히 나와 있다.

마리아는 어느 날 천사의 방문을 받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는 어마어마한 그 일을 감히 감당하기 어려워 한참 동안 머뭇거린다. 그러나 하느님의 명령이 지엄하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하리라 믿고 감히 그 놀라운 임무를 수락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응답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다. 성모송이 6세기에 완성되었으니 삼종기도도 한참 뒤에 만들어졌다. 13세기 프란치스꼬 수도회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다가 18세기에 와서 완전히 정착되었으니 오랜 역사를 거쳐온 셈이다.

교회의 권위가 이 기도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신앙의 공동체들이 좋아하여 바치게 되자 마지막으로 교회가 인준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기도의 내용이 풍부하여 전 교회가 바치는 기도로 확정되었다.

로마를 순례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주일 정오 교황님과 함께 이 기도 바치기를 원한다.

아직도 중세기 전통을 살려 라띤어로 이 기도를 바친 다음 순례자들에게 유익한 말씀을 들려주시니 하나이요 공번 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일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난 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끔 이런 표현을 쓰셨다. "사도 베드로의 무덤으로 오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사도 베드로는 으뜸 사도로서 반석으로 번역되는 그분을 주초삼아 하나의 교회가 세워졌으니(마태 1618) 베드로에 관한 언급은 무엇보다도 갈라져 나간 형제들과의 일치를 염두에 둔 말씀이다.

아직도 이딸리아의 여러 지방을 여행해보면 삼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마리아에게 중임을 맡기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기도를 통해 '종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vox campanae vox Dei)라는 교회의 전통적인 영성을 묵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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