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혼외정사, 거짓말 그리고 정치인
이은영/통합뉴스부 기자
존 엔자인 상원의원(네바다)이 혼외정사 파문으로 머리숙여 사과하며 양심선언을 한 날 마크 샌포드 주지사(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샌포드와 같은 공화당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던 엔자인은 캠프 선거참모로 일하던 부부와 친분관계를 맺어왔지만 그 부인과 남몰래 혼외관계를 맺어왔다. 부부는 캠프를 떠나고 엔자인 의원은 당직사퇴 의사를 밝혔다. 나름대로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졌고 더이상 추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샌포드는 가족과 측근에게 연락을 끊고 5일간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주지사 대변인은 "애팔래치아 산맥서 하이킹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 소식을 접하며 하이킹을 즐긴다는 샌포드 주지사를 '참 자유롭고 독특한 미국인' 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행방불명의 진실은 샌포드가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내고 혼외정사가 드러난 이메일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며칠간 사라진 동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8년 동안 숨겨왔던 애인과 밀회를 즐긴 것이다.
2012년 차기대선 공화당 대표주자로 꼽히는 주지사가 애인과의 밀회를 위해 연락처를 숨기고 둘러댄 거짓말에 공화당 지도부조차 단단히 화가 났다. 게다가 작년 6월 브라질.아르헨티나 방문으로 공금 8000달러를 사용한 사실도 불거졌다.
샌포드가 공화당 주지사협의회 의장직을 내놨지만 당에서는 연일 주지사직에서도 물러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쯤되면 사퇴할 법도 한데 샌포드는 주지사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샌포드의 부인 제니는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며 남편의 배신에 대한 분노를 삭히고 있다.
올해 초 불륜을 눈치챈 그녀는 "정신 상담을 받고 부부관계를 회복하자"고 남편에게 제안했지만 '주지사 남편'은 다시 애인과 남미로 '플러트'(애정의 도피)를 떠났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여성 외에 사귄 여성이 더 있었다는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샌포드의 잇단 위선에 부인도 이젠 지친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샌포드 파문'을 계기로 미국 정치인의 스캔들이 새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권자들의 실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 두 명은 90년대에 백악관 인턴직원 출신이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탄핵투표를 이끌었던 대표적 인물이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전부터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 등 정치인들의 스캔들이 있었지만 샌포드 파문은 단순한 정치인의 일과성 스캔들을 넘어 직권 남용과 끊임없는 거짓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샌포드 파문을 계기로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도덕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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