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50개주 최고봉 등정기] 구름에 가려 정상은 안보이고
메인주 캐터딘 피크
지난 2월 11일 시작하여 7개월 10일 만에 오늘이 마지막 50개 주 최고봉을 마무리 짓는 날이니 감격이 남달리 크지 않을 수 없다.
50개 주를 다 찾아 다니기도 어려운 판에 그 많은 산 가운데 최고봉만을 찾아 정상을 등정한다는 것은 야심이나 욕망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건강도 있어야 하고 시간과 어느 정도 재력도 있어야 하며 음식도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잘 먹어야 되며 지리에 밝고 운전도 하루에 십여 시간씩 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산에 대한 상식과 혜안이 있어야 한다.
골고루 이렇게 많은 조건들을 갖추어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천우신조로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이 또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267피트 높이의 메인 주에 있는 캐터딘 피크(Katahdin Peak)도 마찬가지다.
처음 올라갈 때 만해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한 발짝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공중에서는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캐나다 기러기떼들이 토해내는 울부짖음 소리만이 처량하게 머리 위에서 뱅뱅 돈다.
3.3마일의 침니 폰드(Chimney Pond)까지만 해도 의욕이 있고 기운이 있어 그런대로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올라 왔는데 여기서부터 얼마나 어려운 길이면 2.2마일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을 전부 적으란다.
정상은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고 바윗돌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좁은 골짜기 속의 가파른 등산로인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다. 속옷은 땀에 흠뻑 젖고 겉으로는 추위와 체온으로 성애가 하얗다.
9월 21일 오전 11시 55분 한인 이민 100년 역사상 단독으로는 50개 주 마지막 최고봉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새들 트레일(Saddle Trail)을 통해 고도게인 3813피트를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5267피트 캐터딘 피크라는 입간판과 벤치마크 성황당 같은 돌무덤 주물로 만든 안내판 등 그런대로 정상 표시가 되어있는데 땀을 흠뻑 흘린 뒤라 화씨 10도의 추위를 이기기란 이 또한 여간 고통이 아니다.
이 산은 주지사였던 퍼시벌 P 박스터가 1931년부터 1962년까지 총 20만1018 에이커의 임야를 자연 그대로 놔둘 것을 전제로 기증하여 박스터 피크(Boxter Peak)라고도 하고 산 이름을 따서 캐터딘 피크라고도 부르는데 동부에서 제일 유명한 2180마일에 가까운 아파라치안 등산로의 종착역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을 올라 오는 등산로는 4군데가 있는데 모두 다 난이도가 대단히 어려운 코스들이며 산 자체가 토양은 전연 없는 석산이라 침니 폰드 쪽으로는 내려다 보기에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수직으로 떨어진 낭떠러지다. 지금 생각하니 그 동안 50개 주를 어떻게 다 다녔는지 그저 꿈만 같다. 〈끝〉
김평식 〈에버그린 등산 클럽 213-44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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