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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지 뉴스] 알뜰한 시간관리를 넘어서 (2)

Washington DC

2009.07.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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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영/유펜 간호학
평소와 다름없이 연구 외의 남는 시간엔 알차게 보낸다고 수업 3개를 듣고, 일주일에 17시간을 아르바이트를 뛰며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 식사도 함께하는 바쁜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가면 갈 수록 나는 연구실에 있는 시간이 불편해졌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교수님이 연구실의 7명의 연구원들이 연구하는데 항시 쓰는 아가(agar) 접시 만드는 일을 내게 맡기면서 큰 기대를 주셨다.

교수님은 “그 일은 기본으로 하고, 네가 연구실에 올 때마다 내 연구의 일부를 네게 맡길테니 앞으로 의대가기까지 열심히 배우고 연구에 참여하면 네 이름도 우리들의 논문과 같이 ‘네이쳐’나 ‘사이언스’ 유명연구잡지에 실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님이 요구하는 일주일 15시간을 꼬박꼬박 연구실에서 보내면서 나는 바쁘신 교수님이 내게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없음을 깨달았고 나를 옆에 두고 계속 이끌어주는 부연구원도 중국인이었는데 영어 발음이 않좋아서 매번 설명을 알아들을 수가없어서 너무나 고달펐다.

연구실에 가면서 나는 왜 이 튜브에 이 액채를 이만큼 넣는지 이해를 못하면서 시키는 대로만 연구일을 돕다보니 배우는 것 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문제는 이 시점에 나타났다. 돌아서면 다른 많은 연구실이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조금만 더 있으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연구팀의 반이 중국인인 그 연구실에 매일 같이 나가며 여름 방학을 보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은 유전자 복제의 원리를 잘 설명 받고 내가 콜레라균과 관련지어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교육받는 것이었던 반면 내 머리는 연구실적을 대학교 1학년부터 어서 쌓아야 앞서 갈 수 있다는 계산때문에 쉽사리 그 연구실을 떠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연구실에서 여름 방학을 넘어서서 6개월을 보내게 된 나를 돌아보면 참 나처럼 잘못된 계산으로 시간을 허비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차게 방학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야심찬 마음으로 깨어있는 시간을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이면 일로 다 채워버렸었다. 연구직을 구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이후로 답장이 바로 와서 내 스케줄에 곧바로 추가하고선 크게 만족했던 나였다.

‘공백의 시간 없이 논스톱으로 나는 달릴 수 있겠구나!’ 그런데 나는 걷다가 길이 막혀버렸는데도 내 앞에 주어진 길이라며 과연 이 길로 끝까지 가는 것이 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데 도움이 될련지는 짚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연구는 배움이 있는 연구였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두고도 꽉찬 나의 계획표를 보며 잘하고 있다며 스스로 토닥여가며 지낸 시간이 360시간이더라.

1학년 여름 방학 동안에 배운 게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2학년이 되어 유펜의 잘나가는 소아과 연구실의 한 의사 밑에서 새로운 연구를 좋은 교육 받으며 제대로 새출발한 난, 그 때를 돌아보면 시간을 너무나 허비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학기초에 바쁜생활의 의미를 잃어서 “내가 왜 살지?”라는 갑작스런 질문과 함께 어깨의 힘이 쭉 빠졌던 이유도 여름 방학때와 비슷한 실수때문이였을 것이다.

내가 진정 하고싶은 것은 연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는 것이였는데 내 마음이 하고싶어하는 것을 무시한 채로 나는 내게 숨쉴 틈도 안 주고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내게 일곱개의 접시가 주어졌을 때, 그 접시들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옆에만 돌아보면 과일도 있고 고기도 있는데 곰팡이가 난 빵이 바로 앞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도움은 커녕, 해가 되는 곰팡이 난 빵으로 일곱 접시를 가득히 채웠던 나였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바쁜 삶이 어떤 것인지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시간을 아끼겠다고 세운 계획들이 과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목표에 적합한 일들로 채워졌는지 잠시 멈춰서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음을 발견하는 순간, 과감히 나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앞의 벽을 직시하고 돌아서는 것이 상책이다. 내 마음의 심금을 울리는 다른 일들을 찾아나서야 할것이다. 이 일을 게을리 하게 되면 지금까지 공들였던 규칙적이고 바쁜 삶의 맛을 잃어버리고 쉽게 지쳐서 결국에는 뒤쳐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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