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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육체가 판치는 세상에

전달수 신부/성마리아 엘리자벳성당

7월 6일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마리아 고레띠라는 성녀를 기념하는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의 일이다. 그녀의 부모는 이딸리아 북동부에 서 살다가 로마 근교로 이사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는데 아버지는 말라리아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5남매는 어머니가 돌보고 있었다. 어려운 살림이었다. 하지만 온 가족은 그 당시 평범한 이딸리아 사람들처럼 신앙의 정신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마리아 고레띠가 12살이 되었을 때 악몽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제법 처녀티가 나는 그녀를 옆집의 열 여덟 살 먹은 알렉산더라는 청년이 흑심을 품고 호심탐탐노리고 있었다.

그는 성폭행을 하려고 자주 덤벼들었다. 마리아 고레띠도 알렉산더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는 기도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했다.

번번이 거절당한 알렉산더는 어느 날 작심한듯 혼자 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그녀를 덮치고는 옆방으로 끌고 가 완력으로 옷을 벗기면서 성폭행을 하려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완강히 거부한 그녀는 남자의 말을 듣고 승낙하면 죄를 짓는 것이므로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해 저항했다.

청년은 뜻대로 되지 않자 사정없이 마리아를 때리고는 칼로 그녀의 온몸을 사방에 찌르고는 도망쳐 버렸다.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고 신음하는 그녀를 들에서 돌아온 가족들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였다.

그날 밤과 그 다음 날 병원에서 드러난 그녀의 언행은 신앙인으로 보여준 감동적인 행위였다 온몸이 아파 신음하면서도 마리아! 고레띠는 기도하면서 그 청년을 용서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친지들과 본당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영성체를 한 후 그들이 올리는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도망을 간 알렉산더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30년 형을 받았다. 그는 오랜 동안 개정의 정이 없이 지냈다.

성격이 더욱 사나워져 교도소 안에서도 문제아로 지내다가 어느 날 밤 마리아 고레띠가 나타나 꽃다발을 건네준 꿈을 꾼 이후로는 갑자기 달라져 모범적인 생활을 하자 3년이 감형되어 27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제일 먼저 마리아 고레띠의 모친을 찾아가 용서를 청했다. 딸을 죽인 원수지만 신앙의 정신으로 용서해주었다. 교회는 신앙을 위해 순교한 이들과 거룩하게 살아간 이들의 삶을 조사하여 복자나 성인품에 올린다.

마리아 고레띠의 생애를 연구한 교회는 "죄를 짓기보다는 죽음을 택한" 그녀의 행위를 순결을 지키기 위한 영웅적인 행위로 평가했다.

열 두 살 먹은 어린 아이가 성에 대해 뭘 알고 있었을까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병상에서 한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은 이들은 순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거하다가 죽어갔다고 증언했다.

육체를 즐기자고 팡파레를 울리는 세상이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사방에 이런 내용들이 판을 치고 있고 스와핑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어 고민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분명히 증언한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성적인 타락에 있었고 로마제국 멸망 원인도 여기에 있었다고.

그런가하면 순결 서약을 하는 이들도 있고 일생동안 자발적으로 행한 순결서약에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성이 건전한 사랑과 하느님 창조사업에 기여하는 수단이 될 때는 좋은 것이로되 노예가 된다면 타락이다. 타락은 멸망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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