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의 요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친일파 작곡가 안익태가 만든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므로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작사자가 누구냐는 논란이다.
애국가의 가사를 누가 지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주장이 있다. 대체로 윤치호가 지었다는 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안창호 설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표절 시비가 다시 등장했다.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부분 곡조가 불가리아 민요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으로, 광복회 회장이라는 이가 광복 75주년에 즈음하여 주장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시비는 이미 56년 전에 불거졌던 것으로, 그동안 ‘설’로만 존재하던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이라고 한다.
음악가들의 말에 따르면 두 노래의 연주와 악보를 살펴보면 닮은 부분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국가에 음악적 결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익태가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해서 애국가를 작곡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친일파가 생뚱맞게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니, 도무지 아귀가 안 맞는다.
사실, 나라를 떠나 살고 있는 우리는 애국가를 부를 일이 거의 없고 들을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애국가를 둘러싼 잡음이 유쾌하지 않다. 국기, 국가, 국화 같은 것들은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정신적 기둥 중의 하나인 애국가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실상을 따져보게 된다.
가장 날카롭게 부딪치는 갈등은 친일파 논쟁이다. 광복 75주년 기념식에서 광복회장이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규탄하며, 국가를 바꾸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안익태의 친일 행위는 많은 것이 밝혀져 있다. 광복회장 말고도 애국가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고, 그런 운동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아주 위험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러다가 나라가 두 쪽 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들어 부쩍 날카롭고 표독스러워지는 친일파 논쟁을 접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해진다. 안익태와 애국가 논쟁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승만, 박정희, 백선엽 등등… 국립묘지 친일파 파묘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니, 도대체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거사 청산에 전적으로 찬동하면서도,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화 예술 쪽에서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모셔온 유관순 영정을 친일파 그림이라고 교체하고, 친일파가 만든 동상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못 살벌하다.
참고로, 친일파 판별의 기준 노릇을 하는 것이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인데 여기에 수록된 문화 예술 쪽 인사는 문학 41명, 음악 무용 43명, 미술 26명, 연극 영화 64명, 교육 학술 62명, 언론 출판 44명 등으로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쟁쟁한 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는 훌륭한 문화인 예술가라고 배운 사람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친일파, 민족반역자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 분들의 업적과 작품을 모두 빼버리면 우리 현대 문화 예술은 상당히 앙상하고 초라해질 지경이다. 게다가 친일파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도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으니 참으로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