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휴스턴에서 18세기 후기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 '책가도' 병풍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영조와 정조시대 유행하기 시작한 정물화로 쌓아올린 책에 벼루와 먹, 붓 등 문방사우를 기본으로 안경이나 꽃병, 주전자 등을 배치해 그린 정물화다. 도화서 화원이 제작한'책가도'의 수요자는 궁중 사대부층이었다가 점차 중류 양반층, 일반 서민층 사이로 퍼졌 나갔다.
이번에 발견된 8폭 병풍의 책가도는 40여년전에 도미한 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으며, 일반 책가도에 비해 매우 화려한 것이 특색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애틀랜타를 비롯 뉴욕, 캘리포니아, 필라델피아에서 고미술 전문 큐레이터로 활동한 정용교 뮤 갤러리 관장은 "지난해 말 우연한 기회에 이 책가도 소장가를 만나 감정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림의 소재나 채색 등을 미루어 볼 때 조선시대 왕이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은 왕명에 의해 도화서 화원이 제작한 궁중 책가도로 보물급 문화재"라고 덧붙였다.
이 책가도 속 동물과 사물을 살펴보면 왕과 궁, 왕권을 상징하는 독수리, 용, 옥새함 등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병풍속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동물은 독수리다.
정 관장에 의하면 독수리는 새중의 '왕'을 뜻하며 닭은 '계명성'이라고 해 궁중을 나타내는 동물들이다. 또 옥새함을 닭과 함께 그려넣은 것은 왕권을 지키는 능력을 상징한다.
또 용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 관장에 따르면 용은 왕을 상징하는 것으로 도화서 사원들이 사대부를 위해 많은 책가도를 그렸지만 용, 특히 황룡은 왕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의 소재로 사용할 수 없었다.
책가도 속에는 또 '좌청룡 우백호'라고 해서 청룡과 백호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처럼 호랑이와 청룡이 한 책가도에 그려진 것은 지금까지 단 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여의주를 들고 있는 황룡의 모습도 볼 수 있다.
8폭 병풍중 마지막 그림 속에 석류와 함께 그려진 잉어는 왕권의 강화와 번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 관장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지금까지 몇 점의 책가도가 발견되었지만 옥새함이나 황용, 닭이 그려진 궁중 책가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왕의 처소인 강녕전에서 사용되었던 책가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