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삶과 죽음, 그 거룩함에 대하여
한상만 신부/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며 그래서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위로를 삼는다'고 기도할 때면 슬픔에 잠겼던 유가족과 조문객들은 깊이 공감하며 죽음의 추루함과 허망함을 넘어서서 저 거룩함마저 느낀다.
거룩함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의 존엄성 때문이지 죽음 자체가 그러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창조될 때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살아난 존재'가 거룩한 것이며 그 '생명 자체'가 존엄한 것이고 죽음 자체는 거룩하지도 존엄하지도 않다 다만 그리스도인의 죽음이 거룩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죽음이 삶과 삶을 즉 현세와 영생의 삶을 이어주는 문지방 같은 것이기 때문이지 죽음이 그 자체로 찬미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서 자살을 범죄로 여기고 자살처럼 죽음을 직접 지향하는 어떤 행동도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로 여긴다.
교회가 안락사를 교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 동기가 무엇이건 존엄한 생명을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나친 치료 즉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여긴다. 이 같은 '연명치료중단'의 경우는 병자나 신체적 장애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병자 자신의 선택권이 우선적이고 차선으로 보호자가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병자의 타당한 소원과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는 가운데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법 제정에 대하여 가톨릭 교회는 반대하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서명을 통하여 존엄사법은 안락사법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존엄사법 제정'을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냐하면 '존엄사'라는 표현에서 '존엄'이라는 말로 윤리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되 결국 '죽게 하자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 제거가 명백한 '연명치료의 중단'이라는 확실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인공 호흡기의 제거 후라도 그 병자가 영양분과 수분의 소화 흡수의 생리적 기능이 있다면 그 병자가 의식이 있든 없든 영양과 수분 공급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죽음이 삶의 마지막 시기이며 이 시기를 맞이하는 인간의 존엄성이 다가온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아들이면서 실현된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태도 표명이다.
또한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을 열망하는 이유가 아니면 그 죽음은 거룩함의 속성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에 이 법의 제정을 적극 반대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나누일 수 없는 영생을 향한 순례의 한 편의 여정이며 죽음이 삶의 완전한 실현이라는 뜻에서만 거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장례미사의 예식을 통해서 천국의 문을 열며 고인을 떠나 보낼 때 생을 가르는 죽음이라는 문지방을 넘어가려는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그 삶을 축복하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아직 살아 남아 있는 우리들도 서로 위로하며 살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영원한 천국의 집에서 다시 서로 만날 것을 희망하며 삶과 죽음 그 거룩함에 고개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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