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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노잉(Knowing)

San Francisco

2009.08.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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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을 그린 또 다른 영화
‘노잉(Knowing)’은 ‘아이, 로봇(2004)’과 ‘다크 시티(1998)’를 연출한 이집트 출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야심작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SF, 재난 영화가 혼합된 혼성 장르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대단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제목 앎(knowing)은 깨달음, 그리고 믿음과 대비시켜서 사용했다고도 보여지지만, 그보다는 인간이 안다는 것의 한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제목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1959년 보스턴의 한 초등학교로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도록 하고 그 그림들을 특별 제작된 타임캡슐에 담아 교정에 묻고 50년 후에 개봉하기로 한다. 루신다라는 여학생은 누군가가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게 불러주는 대로 난수표 같은 숫자를 종이에 적어 넣는다.

50년 후인 2009년. 개교 기념일에 타입캡슐을 꺼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캘럽이 받아든 봉투에 루신다가 적은 숫자가 나열된 그 종이가 들어 있다.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온 그 종이를 캘럽의 아빠인 MIT 천체물리학 교수 존(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발견한다.

의미 없어 보였던 숫자들의 나열 속에서 09112001이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를 연상시키면서 숫자에 대한 탐구 결과, 지난 50년 동안 지구 상에서 발생했던 각종 비극적인 사건의 발생 연월일과 희생자 수와 사건 발생 위치 표시가 정확하게 돼 있음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세계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믿던 비결정론자인 존은 결정론을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세 건의 사고. 이를 막으려 애를 써보지만 막지 못한 가운데, 마지막 세 번째 재난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 절망에 빠지게 된다.

기독교적 색채가 짙게 풍기고 있지만, 기독교 영화라고는 볼 수 없다. 기독교와 그 외 유사 종교들의 주장과 학설들을 영화적 재미를 제고하기 위해 적절히 섞어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기독교의 예정론, 종말론, 불의 심판, 휴거, 에덴동산, 생명수,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키는 내용과 장면들이 영화 내내 등장하지만 정통 기독교의 교리와는 거리감이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장대하고 비장한 클라이막스 장면은 물론이고, 중반부의 여객기 추락과 지하철 열차의 역주행 충돌 등 재난 장면이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 있게 촬영됐다. 이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는 있다 하겠다.

영화 중에서 가장 허전한 것은 주인공 케 서방(한국인 아내를 맞은 이후 우리나라 언론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를 일컬어 케 서방이라고 곧잘 지칭함)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심히 고군분투하건만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영화가 끝나는 것이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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