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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가들 인천에 가다…한인 작가 4명 여성미술비엔날레 초대

New York

2009.08.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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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미술가 4명이 인천으로 갔다.

김은형·마종일·신형섭·이창진씨는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제2회 인천여성 미술비엔날레에 초대되어 작품을 전시 중이다.

뉴욕 자메이카예술센터의 큐레이터 한행길씨가 기획한 조율전 ‘21세기, 여성의 세기, 다양성과 희망의 세기’에 참가하는 이들은 6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올 인천비엔날레의 본 전시 ‘가까이, 그리고 멀리’는 뉴욕의 탈리아 브로코풀러스 존 제이 칼리지 교수가 기획해 한인과 해외작가 1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뉴욕 미술가들의 인천 비엔날레 전시작을 지상으로 감상한다.

신형섭씨의 ‘저항'

전선·찜기·우산살 등 일상의 소재로 나무·북어·곤충 등 생물체를 제작해온 신형섭씨는 인천아트 플랫폼 컴플렉스의 한 건물을 감싸는 ‘저항(Uprooted)’을 설치했다.

붉은 벽돌 빌딩의 외관에 플라스틱 끈과 케이블 타이로 제작한 이 작품은 마치 생물체의 DNA 구조를 연상시킨다.

“일제 강점기 때 무역을 위해 창고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일제의 곡물 수탈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는 설도 있다. 시에서 지정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건물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설치하느라 힘들었다."

신씨는 산업화 사회의 부산물을 거두어다가 생물체로 역전시킨다. 생물체로 다시 태어난 공산품을 통해 산업화의 흔적을 찾으면서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신씨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뉴욕한국문화원 25주년 기념 특별전과 20인 청년작가전에 참가했으며, 2005년 소크라테스 조각공원에 ‘전기나무’를 전시했다.

마종일씨의 대화

‘이제 너는 뛰어야해, 뒤돌아 보지마(Now, You Have To Run, Don’t Look Back)’는 브루클린 설치작가 마종일씨가 인천에 선보이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다.

2005년 브루클린 컬럼비아하이츠에서 연 뉴욕 데뷔전 설치작은 ‘오늘 기분이 어때? 무척 좋아, 당신은?(How Do You Feel Today?’‘I Feel Great! And You?)’이었다.

대나무·나무·노끈과 금속선을 이용한 대형 설치작을 발표해온 마씨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 내 소재간의 안부 인사일수도, 아니면 관람객에게 보내는 조언일 수도 있다.

“개인과 사회, 사람들간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정신의 맵이, 록 음악 같은 선율 또는 그들이 하는 느낌, 묘사, 사회, 개인에 관한 지각, 갈등처럼 펼쳐지는 파노라마다.”

덕수상고 졸업 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던 마씨는 미술가가 되기 위해 96년 뉴욕으로 이주해 스쿨오브비주얼아트를 졸업했다.

마씨는 지난해 알재단 신인작가 공모전에 당선됐으며, 지난해 소크라테스 조각공원의 신인미술작가로 선정되어 설치작을 전시했다.

'이야기꾼’ 김은형씨

김씨는 일상생활의 경험과 상상을 담은 수백여점의 드로잉 중 30점을 선별해 벽 전체에 확대해 제작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혼합되면서 관람자는 자기들만의 다양한 스토리를 엮을 수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시각적 비유와 유머로 풀어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어 ‘우리는 누구인가’‘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초월한 근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공감대를 표현하고 싶었다.”

김씨는 검은색 페인트를 사용해 먹처럼 농담을 살린 대형 벽화 ‘이야기꾼(Storyteller)’를 전시 중이다.

서울대 미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씨는 스코웨건회화조각학교를 거쳐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호암아트갤러리 주최 중앙미술대전에서 3위를 수상했으며, 2008년 뉴욕의 알재단 신인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됐다.

이창진씨의 목소리

설치작가 이창진씨는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2005년 월드파이낸셜센터 로비에 9·11사태 이후 뉴요커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품을 모은 설치전 ‘국토안보정원’을 열었다. 지난해 12월엔 맨해튼 50여곳에 ‘위안부 모집(Comfort Women Wanted)’이라는 허구의 포스터를 붙이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인천비엔날레에는 실외에 대형 빌보드를 설치하고, 실내에 포스터와 이씨가 한국·대만·중국인 위안부 할머니와 인터뷰한 오디오 등을 전시 중이다.

이씨의 위안부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성노예로 착취당한 아시아 여성 20여만명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위안부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이다. 이를 환기해 전쟁 중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이씨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거쳐 퍼체이스 뉴욕주립대학교(SUNY) 회화과를 졸업했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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