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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도박, 월남파병-24] '베트공과 경쟁 입찰하라니' 강력 대응

미군 부사령관에게 한국 돌아간다 겁줘
흑인 소령으로 교체…수의 계약 체결해

-미군 계약관을 누가 바꿔야겠다는 겁니까?

"내가 바꿔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지 하하하. 순간이지만 어떡하면 앵글라 부사령관도 열을 받게 만드나 그걸 머릿속에서 굴리는 거예요. 그래야 워터라는 그 친구를 교체할 거 아니오.

그래가지고 대뜸 그랬어요. '계약이나마나 실망했다. 내 제안서를 봤다니까 얘긴데 나는 미군을 도와주려고 왔고 미군은 베트콩을 전멸시키려고 여기까지 와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계약관이 베트콩하고도 경쟁 입찰을 부치겠다고 하니 도대체 계약관의 국가관을 알 수가 없고 내가 따낸다고 한들 그 계약관하고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하하하. 말이 되잖아요? 그랬더니 이 양반이 베트콩 소리에 흥분해가지고 당장 계약관을 부르는 겁니다.

근데 마침 워커라는 그 녀석이 자리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 '내가 당신 제안서도 봤다. 우리가 원했던 조건이다. 내가 계약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기다려!' 완전히 내 얘기가 먹힌 겁니다. 하하하."

-계약관이 베트콩과도 경쟁입찰을 부치겠다는 얘기를 정말 했습니까? 그건 군법에도 넘길 수 있는 발언인데요.

"물론 워터 그 친구 입에서 베트콩을 경쟁입찰에 부치겠다고는 안 했지. 그렇지만 월남 업자도 포함시킨다고 했으니까 누가 베트콩인지도 모르고 전쟁을 하는 마당에 입찰자가 베트콩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어요?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는데 어떡할 거요 하하하."

-부사령관이 계약관의 주장은 들어보지도 않고 기다리라고 할 만큼 호의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대접이군요.

"내 제안서도 마음에 들었겠지만 파격적인 대접을 해준 건 사실이지요. 호텔로 돌아와 있으니까 곧바로 워터한테서 전화가 오고 난리예요. 일부러 안 받았어요. 전화통에 불이 나요.

결국 메시지를 남기는데 내일 제일 먼저 자기부터 만나라는 겁니다. 그러니 보나마나 부사령관한테 혼이 난 거야. 군대에서 3성 장군이 중령 세워놓고 따질 리도 없고 베트콩하고 경쟁입찰하라고 했느냐고 확인할 것도 없이 호통부터 친 거예요 하하하.

점심을 느긋하게 호텔에서 먹고 이제는 계약 내용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생각하는 겁니다. 오전까지는 계약관이 칼자루를 쥐고 있었지만 이제는 역전이다 이거죠. 더구나 내가 전투담당 부사령관 병참담당 부사령관 두 사람을 다 아는데? 굉장한 빽이 있다 이거지 하하하."

-결과는 원했던 대로 됐습니까?

"결국은 그렇게 됐는데 그 친구가 결과적으로 교체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 탓이야. 우리가 농담할 때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봐주라'고 그러지요? 그게 베풀 수 있을 때 베풀라는 뜻도 있지만 겸손하라는 거거든?

자기 위치가 계약관이면 계약관이지 부사령관 입장도 배려해서 방법을 찾아보자든지 겸손하게 처신해야지 웃기지 말라는 식으로 일언지하에 딱 자르고 말이야. 하여간 낮잠까지 잠깐 자고 3시10분에 들어갔어요. 펄펄 뛰고 난리야. 부탁하러 오는 놈이 늦게 왔다 이거지. 자기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 펄펄 뛰는 것까지는 나도 이해했어요.

근데 막상 계약 협의에 들어가니까 똑같아. 어찌나 까다롭게 구는지 말이에요. 부사령관에게 수의계약으로 주라고 명령은 받았는데 속은 뒤틀려 있는 거지요. 그러니 얘기가 돼요? 조건도 여간 까다롭지 않아요.

없는 조항도 꺼내고 말이야. 그 친구가 그렇게 나오는데 상대를 해봐야 남는 게 없겠어. 끝까지 피곤하겠고.

솔직히 우리 장병들은 자유 월남과 미군을 돕기 위해 피를 흘리고 싸우지만 우리 같은 기업들은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 민족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벌어야 되는 거 아니오. 박 대통령의 각별한 당부도 있었고. 당시 내 나이가 서른넷인데 혈기왕성할 때지. 워터는 쳐다보기도 싫고 다시 위에다 얘기를 하는 겁니다."

-(웃으며)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부사령관도 피곤하다고 했겠습니다.

"아니지 내가 오히려 저런 친구를 상대하려니까 피곤하다고 그랬는데? 하하하. 그랬더니 계약처장을 만나래. 대령이에요.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부사령관이 얘길 했으니 잔소리가 하나도 없고 뭘 도와줄까 물어요. 됐다 싶어서 첫마디에 계약관 좀 바꿔줄 수 없느냐고 그랬지.

일을 얻으려고 하는 놈이 오히려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간덩이가 부은 거지만 한국 사람은 첫 인상을 구겨놓으면 원래 일을 못하는 거 아니오. 그랬더니 운이 좋으려고 그랬던지 마침 부산에서 출항한 배로 흑인 소령이 와 있다는 겁니다. 즉각 좋다고 했지요.

그러고 흑인도 그땐 한국 사람을 무조건 좋아해요. 왜 총에도 안 맞고 자기 친구들이다 이거지. 하하. 그래가지고 그 친구를 불러서 만나니까 마침 미시간 대학 출신이에요. 아이구 잘됐지 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다 그랬더니 미국 대학시절부터 얘기가 나오는데 연애하던 추억담까지 곁들이고 죽이 착착 맞는 거예요 하하하. 결국 수의계약을 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 상무의 얘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신상철 전 대사는 의미 있는 회고를 했다.

"수의계약을 하기 훨씬 이전에 우리 정부는 어떡하든 월남시장에 우리 인력을 쏟아 부어야 된다는 정책회의가 있었다구요. 장기영 부총리가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날아와서 월남 정부 고위층을 만나고 웨스트 모얼랜드 미군 사령관도 만났어요. 나도 배석을 했고. 그 자리에서 많이만 맡겨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모얼랜드 사령관이 얘기를 선뜻 안 합디다.

그러더니 우리가 한.미 관계도 거론하고 한.월 간의 친선도 언급하면서 자꾸 요구를 하니까 담당 부사령관이 충분히 검토할 거라고 해요.

그런 걸로 봐서 부사령관이 상당한 권한이 있었던 모양입디다. 그 후에 보니까 조중건씨가 담당 부사령관을 만나고 다니더니 계약을 따내요. 저 친구가 뭔데 저런 기술이 있나 했지만 하하."〈계속>

이호/객원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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