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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자 릴레이 인터뷰-1] 손경식 대한상의·CJ 회장

"조직이 부드러워야 창의적 발상키워"
종전 방식 안주하면 2류 전락…계속 변신해야만 선두 유지
외한위기땐 '현금 중시' 경영…'4대 강 사업' 지역 경제 도움

그러나 남다른 지혜와 철학으로 위기에 대응하며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CEO들도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대에 한국 대표 CEO들의 지혜를 듣기 위한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대한상공회의소와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경식(70) 회장을 만났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 CEO는 무엇에 가장 신경 써야 하나.

"기본적으로 닥쳐오는 위기에 잘 대처해야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경제 패러다임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종전 방식에 안주하면 언젠가 2류로 떨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남이 생각하지 못한 사업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손 회장이 이재현 회장과 공동 경영하는 CJ그룹은 재계 순위 19위로 식품을 주력으로 유통.생명공학.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손이다.

CJ의 모태는 1953년 설탕 생산업체로 설립한 제일제당으로 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됐다. 2002년엔 회사 명칭을 설탕.조미료 등을 연상시키는 '제일제당' 대신 영문 약자인 'CJ'로 바꿨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12조3240억원에 달한다.

-CJ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창의적 조직 문화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든다. 분위기가 딱딱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재현 회장이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복장도 자율화하고 출퇴근 시간도 융통성을 두고 있다. 조직도 부장.차장.과장 직급 체제가 아닌 기능 중심으로 개편했다."

손 회장은 인터뷰 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의'를 강조했다. "경쟁력의 요체는 창의력"이란 설명이었다. "한국 경제 전체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CJ는 식품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새 사업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나.

"더뎌 보여도 착실히 한 발 두 발 나아가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 우선 홈쇼핑이란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중국에서 두 개의 합작 홈쇼핑 방송을 만들었고 다른 나라에도 넓혀 가려 한다.

미디어 산업에도 진출했고 물류.게임사업도 하고 있다. 식품 외에 사업 다각화를 많이 했고 (비식품 부문의) 비중도 커졌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할 때 원칙이 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치평가(valuation)다. 가격 결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너무 비싼 값을 주면 자금 조달도 어렵고 수익성을 맞추기도 힘들다.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이 너무 비싸지 않았나 생각한다.

M&A를 하려는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해당 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있는지 원하는 시너지(상승 효과)와 기술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CJ는 현재 계열사인 CJ오쇼핑을 통해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인 온미디어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2년째 CEO를 맡아 오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이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

"1998년 외환위기 때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바람에 너무 세게 구조조정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철저한 현금 중시 경영을 했다.

그렇지만 위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위기 이후 사업 전개에 대해서도 준비를 했다."

CJ는 연간 10억 달러 규모의 곡물 수입을 하는데 외환위기 당시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곡물 수입이 사실상 막히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고금리와 고환율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손 회장은 '현금 중시 경영'으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덕분에 위기 이후에는 넉넉한 현금으로 공격적 투자와 M&A에 나설 수 있었다.

2000년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삼양유지사료(2002년).신동방(2004년).해찬들(2005년).하선정종합식품(2006년) 등을 인수했다. 그러면서 생수.음료사업과 드림라인을 매각했고 지난해는 CJ투자증권을 현대미포조선에 넘겼다.

-쌍용자동차가 심각한 노사 분규를 겪고 있다.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한 CEO의 역할은 무엇인가.

"CEO는 투명한 경영을 하고 근로자들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경영 내용에 대해서도 가급적 공유하는 게 좋다. 동시에 '무노동 무임금' 같은 원칙에선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CJ는 사원들과 어떠한 문제도 토론할 수 있도록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 정부가 노사 분규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려는 것은 매우 잘하는 일이다."

-고희의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 관리의 비결은.

"의사가 체중을 줄이라고 해서 73㎏에서 68.5㎏으로 줄였다. 한두 달 사이에 4㎏ 이상 뺀 것이다.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빼먹지 않고 한다. 체육관에서 자전거를 탄다. 한 번 운동에 170㎈를 소비하는데 시간이 37~38분 걸린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CEO를 추천해 달라.

"루펜리의 이희자 사장이 좋을 것 같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인이다. 요즘은 여성이 벤처기업을 많이 하는데 참 좋은 일이다. 여성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WHO?
193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2학년을 다니던 57년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한 '수재'다.
61년 대학 졸업 후 한일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68년 귀국해 삼성 회장 비서실에서 삼성전자 설립에 기여했다. 73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이사로 옮긴 뒤 77년 38세의 나이로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됐다.
93년 CJ(당시 제일제당)가 삼성으로부터 '경영 독립'하면서 CJ 부회장을 맡았고 95년 CJ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2005년 11월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중도 사퇴하자 대신 회장직을 맡았다.
올 3월 3년 임기의 대한상의 회장에 재선임됐다. 32년 동안 CEO를 역임해 누구보다 기업 경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식견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손 회장은 이재현 CJ 회장의 외삼촌이다.
차진용.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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