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갓 태어난 나의 첫 환자들이 결혼해서 아이 낳아 저한테 치료를 받으러 오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젠 할아버지 의사가 됐구나 하는 걸 느껴요.(웃음)"
동시에 타운에서 외길로 한인 환자를 돌보며 보낸 이민생활 30년에 크나큰 보람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이하성 소아과 전문의는 한번도 소아과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정의 꽃이 어린 자녀이듯이 사회 나아가 국가의 가장 기본되는 것이 바로 어린이들이잖아요? 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 보다 더 중요하고 보람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환자를'환자'로 대하지 않는다.'모두 내 자식이다'생각하며 치료해 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나 역시 손주가 생긴 후부터는 다 내 손녀 손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부모들은 내 아들 딸과 같아서 아이를 잘못 키우면 때론 쓴소리도 해주지요."
환자 부모에게 항상 말해주는 것이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다.
부모가 우선 아이들의 몸을 건강하게 지켜 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선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인데 부모들 중에는 그 순서를 뒤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인데 우선 몸의 컨디션이 좋아야 거기서 의욕도 생기고 무엇보다 좋은 생각도 떠올라 남도 돕고 또 부모공경도 할 줄 알게 되는 거에요."
부모의 사랑이 깃든 음식을 만들어 영양섭취를 잘 하게 해주고 마음편히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면 공부는 자연히 잘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단순한 진리를 어길 때 아이는 병이 나게 마련이다. 몸의 병은 고친다해도 마음과 정신에 병이 났을 때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젖을 떼고 일반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야채와 종합비타민을 꼭 먹이라'고 한다. 이 두가지만 잘 지켜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약병을 잘 보관할 것. 얼마 전엔 15개월된 아이가 물약으로 된 감기약을 마치 콜라 처럼 모두 한꺼번에 마셔 부모가 놀라서 데리고 왔다. 911을 불러 응급실로 보낸 후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이 됐다. "환자가 어린이들이라 의사이기 이전에 내가 부모 심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소아과가 천직 같다고 웃는다.
소아과의사로서 '대 선배'격인 이 전문의는 20년 전에 '한인 소아과 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20여명 정도 모인다.
"왜 인원이 그대로냐고요? 은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 소아과 의사가 된 사람이 있어서 셈이 비슷한 것이지요. " 내과나 다른 분야에 비해 소아과쪽에는 1.5세 2세들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그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치료하는 데는 정서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하지요. 한인 환자는 한인 의사가 편해요. 어린 환자들도 마찬가지지요. 우리 1세들은 언젠가는 은퇴해야 하는데 우리 자리를 이어 줄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