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뉴욕의 맛과 멋] 새해, 카이로스의 시간

New York

2021.01.08 18: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새해에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새해의 각오이다. 실천했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다. 그래도 비록 작심삼일일지언정 새해 결심을 적어본다.

1. 버리기: 내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책이며 옷, 구두, 모자, 신발 등 20년, 30년 된 것들이 많다. 집을 팔고 줄이면서 버리기도 엄청 버렸지만, 지금도 내 아파트는 물건이 쌓여 있다. 코로나 때문에 피난살이 하느라고 옷 몇 벌과 신발 몇 개로 살아보니 하나도 불편한 점이 없다. 이참에 더 과감히 버리고 미니멀리스트로 살자.

2. 걷기: 지병이 있는 내게 운동은 필수이나 난 아주 게으르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루 1시간 걷기를 빼먹는다. 그러나 빨리 죽기는 싫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올해는 적어도 일주일에 4~5번, 한 시간 걷기로 생명 연장을 시도하겠다.

3. 책 30권 읽기: 생애를 관통해보면 내 중심을 지켜준 것은 독서였다. 그런데 요 몇 년간 책을 못 읽었다. 아니 읽지 않았다. 책에 몰입이 안 되고, 책을 보기도 싫었다. 의무로 읽어야 할 책만 겨우 읽었다. 새해엔 전처럼 한 시간씩 매일 책을 읽겠다. 적어도 50권은 읽어야 하지만,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 30권으로 줄임.

4. 멋 내기: 난 패셔니스타를 좋아한다. 어른이든 아이든 노소불문하고 옷 잘 입는 멋쟁이가 좋다. 혼자 사는 탓에 내 홈웨어는 잠옷이었다. 코로나 덕에 몬태나서 딸들과 한집에 살게 되니 사위들 때문에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으면 안 됐다. 잠옷을 벗고 옷을 깔 맞춰 입으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그래서 새해에도 스타일리시하게 집 안에서 멋을 낼 작정이다.

5. 좋은 말만 하기: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은 나는 늘 정직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 사실은 상처를 준 지도 몰랐다. 언젠가 지혜서를 읽으니 사람은 포커페이스를 할 줄도 알고, 적당히 말을 돌려서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이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단순한 나는 포커페이스가 전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는 좋은 말만 하고, 말을 아낄 것이다.

6. 싫은 사람 만나지 않기: 워낙 성질이 까칠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안 만난다. 좋은 사람 만나기도 시간이 모자라니 이젠 진짜 좋은 사람들과 하나라도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7. 예쁜 옷만 사기: 쇼핑은 이제 그만! 그렇지만 예쁜 옷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진짜 맘에 들면 살 것이다. 당장은 하이킹 운동화가 필요하다.

8. 배려심과 나눔: 혼자 오래 살다 보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잊는다. 센스는 더 없다. 돌아가신 엄마는 평생이 배려와 나눔의 삶이셨다. 엄마처럼 나도 그렇게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나누는 삶을 사는 게 인생 목표다. 우선 몬태나 미국 친구들에게 올핸 더 많이 한국 음식을 해줄 것이다.

그리스 고대 어인 헬라어는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나눈다. 크로노스는 산술적 시간, 우리가 매일 쫓기며 사는 그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인간이 시간의 주인으로서 능동적으로 삶을 창조하는 주관적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각오를 한다는 것은 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는 염원일 수도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가득 삶을 창조적으로 채우고 싶다.


이영주 / 수필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