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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박의 건강 Talk] 술 잘 마시는 사람이 건강하다?

Washington DC

2009.09.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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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섭 원장/하나통증병원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필자는 약 2년전 이곳 버지니아로 병원을 옮긴 후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가끔 저녁 외식을 하며 소주를 꼭 한두잔씩 마시게 됐다. 사실 소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년에 평균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실까?

아마 세계에서 순위를 따지면 몇 손가락안에 들 것이다. 술은 우리가 잘만 이용하면 생활의 활력소이자 건강에도 좋은 역할을 하지만 과한 경우 독이 될 수도 있다. 가볍게 마시는 술이야 어떠랴 싶지만 사실 알코올은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간에서 ADH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뀐다. 술에 취하면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ALDH2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우리가 술에 강하냐 약하냐는 이 효소 작용에 따라 그 유형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은 정상형인데 이 경우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완전히 분해되어 초산이 되고 그 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화된다.

따라서 이 유형의 사람은 악취와 숙취와는 무관하며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는다. 백인이나 흑인들이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하고 독한 술에도 여간해서 잘 취하지 않는다.

두번째 유형은 결손형으로 알코올을 입에 대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며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서 이런 타입은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술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별로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세번째인 부분결손형이다. 이 유형은 두번째만큼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기분도 나빠지며 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마시면 약간 마시는 정도로는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기분도 나빠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술에 강해졌다거나 술을 잘 마시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잘 분해되지 않아 체내에 축적된다.

이렇게 체내에 쌓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활성산소를 발생하고 여러종류의 암이나 성인병을 유발한다. 또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위나 장에서 직접 혈액 속으로 들어가 간으로 운반되고 분해된다. 이때 간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이뤄지며 그때마다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활성산소를 발생하는데다가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해서도 활성산소를 일으켜 간을 손상시킨다. 알코올에 약한 체질인 사람이 흡연 습관도 함께 갖고 있다면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보통사람의 10배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건강한 사람, 잘 못 마시는 사람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술을 잘 마신다는 사람들이다. 가벼운 술이라도 지속적으로 마시면 건강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술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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