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수만의 잎 다 떨구고도
흰 뼈대 하나만으로
꽁꽁 언 가슴 풀어헤치며
‘쩡쩡’ 울리게 서 있다.
끼룩끼룩
큰 무리의 기러기 떼
남쪽으로 날아가고,
텅 빈 겨울 하늘 아래
찬바람 소리 흩날리고
나무의 겨울은 언제부터일까?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들리는
가느다란 숨소리
얼음 녹아 흐르는 물소리
실처럼 가느다란 잔뿌리 서로 어루만지는 소리 들린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가장 오래된 언어!
머나먼 길을 가야 함을 안다
중요한 하이웨이를 넘어 크고 작은 도시를 가로질러서
사나운 짐승들 발자국, 천둥 번개 그리고 폭풍의 계곡을 지나
숲속에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간다.
오소리떼 지나간 트랙을 발견하고
오래 묵은 푸릇푸릇한 이끼 사이에
파묻혀있는 빛나는 돌멩이 하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흙에서도 뭍에서도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