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어 발음에 악센트가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본인은 한 두달 전에 다른 회사에 소속된 에이전트를 통하여 그레이스 홈 부동산에서 리스팅 한 렌탈 프라퍼티에 지원 서류를 제출한 사람인데, 그때 왜 거부를 당했는지 궁금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그의 에이전트와 별로 매끄럽지 못한 대화가 진행된 적도 있고, 성격이 몹시 급했던 그 에이전트가 인상에 남아, 그 일을 확실히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집주인은 당신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그 집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당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알려 왔잖아요.” 라고 말하였다.
그때 그는 나의 말을 어이 없다는 듯 부인하며, 본인의 가족은 결국 같은 동네의 이웃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얼마 전 본인이 원래 원했던 그 집 앞을 지나가다가 세입자가 이사 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며, 자기를 거부하고 한 달이나 늦게 들어 오는 세입자를 받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그때 혹시 인종 차별을 당하지 않았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모든 정황을 이 메일로 설명하겠다고 한 후, 한 두달 전에 그의 에이전트와 주고 받았던 이 메일의 대화 내용들을 다시 살펴 보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상대편 부동산 에이전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한 한 이 메일을 이용하고 있다.
이 메일은 우선 서로의 사생활이 방해 받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시간과 상대방이 원하는 시간이 달라도 함께 같은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모든 기록을 보관할 수 있으니, 추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에도 증거 자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부동산 에이전트가 된 사람들은 모든 일의 진행 과정, 즉 상대편 에이전트나 손님과의 전화 내용 등을 항상 노트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교육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나는 일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던지 부지런히 노트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메일이 통용되던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그 노트의 양은 확연히 줄어 들기 시작하였다.
아무튼 나는 그의 에이전트와 주고 받았던 이 메일 내용들을 모아 다시 읽어보니, 내가 보낸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 당신의 손님에게 정말로 이 집을 렌트 할 의향이 없는지 다시 한번 물어 보고, 답변을 주십시오” 였고, 그의 에이전트의 마지막 문장은 “ No More”라는 한마디였다.
나이는 많으나 경험이 없는 그 에이전트는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며, 테난트의 에이전트가 해야 하는 일을 랜드로드 에이전트한테 떠 넘기기가 일쑤여서, 나는 그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각 에이전트가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을 이 메일로 보내 주었더니, 그것에 자존심이 상했던지, 그는 모든 것을 그만 두겠다고 하였다. 그때는 리즈 계약서에 양측 서명 만을 남겨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님을 위해 다시 한번 잘 해보자며 달래 보았지 만 그는 묵묵 부답이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본인은 크레딧과 인컴에 이상이 없는데도,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고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르는 그 테난트에게 나는 그간에 그의 에이전트와 주고 받았던 모든 이 메일의 내용들을 전달해 주었다. 그 후 그 테난트는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그 당시에 오고 갔던 내용들이 만일 서로 전화 통화로 만 이어졌더라면, 나는 어쩌면, 인종차별을 받아 렌트를 거부당했다는 세입자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확보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Fair Housing 법의 심판대에 서는 에이전트로 남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 그레이스 김의 부동산이야기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