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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자살한 연쇄살인범 쿠나닌

Los Angeles

1997.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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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살해 용의자 앤드류 쿠나닌(27)이 수사당국과의 긴 추격전을 끝냈다.

 베르사체를 비롯 지난 3개월동안 5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수배를 받아왔던 쿠나닌은 23일 마이애미의 한 하우스 보트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지난 15일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 있는 베르사체 자택 앞에서 그를 살해한 쿠나닌이 마이애미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경찰의 추측은 옳았다.

 쿠나닌은 이후 8일동안 마이애미 일대를 이잡듯 뒤지는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베르사체의 피살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쿠나닌이 문제의 하우스 보트에 숨어있다는 제보가 마이애미 경찰에 날아든 것은 이날 오후3시30분(현지시간)이 조금 지나서였다.

 제보자는 하우스 보트 관리인이었다.

그가 이날 오후 하우스 보트에 들어서 순간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나오라』고 소리치자 두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스왓팀을 포함 1백여명의 경찰이 현장을 포위했다.

이때가 오후3시45분. 경찰은 하우스 보트 안에 숨어 있는 괴한에게 투항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경찰은 한참을 기다린뒤 다시 나오라고 소리쳤고 역시 응답이 없자 공포탄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에서 총으로 응사해 10여분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경찰과의 대치극은 수시간동안 계속됐다.

 현장 상황은 주요 방송사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그러나 경찰은 문제의 괴한이 쿠나닌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오후8시30분쯤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은 철수하면서 하우스 보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괴한은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경찰이 총격전 끝에 하우스 보트 안에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체 1구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한 뒤였다.

1시간쯤뒤 사체의 인상착의가 쿠나닌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찰은 언론에 『쿠나닌으로 보이는 남성이 자살체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가 쿠나닌인지 입증할 만한 신분증이 발견되지 않아 사체의 지문조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 마이애미의 한 로컬방송에서는 『현장에서 쿠나닌이 베르사체를 비롯 3명을 살해할 때 사용한 권총과 같은 종류의 권총이 발견됐으며 그가 숨어 있었던 하우스 보트가 동성연애자 사업가의 소유』라고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그리고 다시 수시간이 흐른뒤인 24일 새벽5시 경찰은 사체의 지문조회 결과 쿠나닌임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3개월간에 걸친 수사당국과 쿠나닌의 숨바꼭질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23일 마이애미 비치의 한 하우스 보트에서 자살한채 발견된 앤드류 쿠나닌은 지아니 베르사체를 비롯 5명의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밝히는 쿠나닌의 지난 3개월간의 범행행적을 살펴본다.

  1.샌디에고(4월25일):앤드류 쿠나닌(27)이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샌디에고를 떠났다.

  2.미니애폴리스(4월29일):제프리 트레일(28)이란 남성이 망치에 머리를 맞아 숨진채 발견됐다.

그는 수주전 샌디에고에서 미니애폴리스로 이주했었다.

  3.미네소타주 이스트 러시 레이크(5월3일):쿠나닌과 옛 연인사이였던 데이빗 맷슨(33)이 호수가에서 피격 살해된채 발견됐다.

그는 쿠나닌이 트레일을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피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맷슨의 붉은색 체로키도 없어졌다.

  4.시카고(5월4일):부동산 재벌 리 미글린(72)이 자택 차고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특히 그는 목이 톱으로 잘린채 숨져 있었으며 현장에는 맷슨의 체로키가 남아있는 대신 그의 렉서스가 분실됐다.

  5.뉴저지주 펜스빌(5월9일):공동묘지 관리인인 윌리엄 리스(45)가 총격을 받아 숨진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미글린의 렉서스가 남아있었고 리스의 붉은색 픽업 트럭이 없어졌다.

  6.마이애미 비치(7월15일):패션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50)가 이른 아침 인근 커피샵에서 신문을 사가지고 오는 길에 자택앞에서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현장주변에서 리스의 픽업트럭이 발견된 점등을 들어 쿠나닌을 살해 용의자로 수배했다.

 쿠나닌 자살소식으로 전국이 안도하고 있다.

 특히 3개월전까지 그가 거주해왔던 샌디에고의 주민들은 비로소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반응이다.

 샌디에고 주민들은 쿠나닌이 첫 범행을 저지른 지난 4월말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와 가까이 지냈던 동성연애자 친구들은 그가 베르사체를 살해한뒤 샌디에고로 돌아가 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찰의 발표에 따라 지난 수일간 극도의 긴장속에서 살아왔다.

 뜻밖에도 쿠나닌은 그의 마지막 범행장소였던 베르사체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은신해 있었다.

경찰은 자유분방한 마이애미의 도시적 분위기가 동성연애자인 쿠나닌이 몸을 숨기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아래 일대를 수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쿠나닌이 샌디에고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쿠나닌은 베르사체를 살해하기 이전 이미 FBI에 의해 연쇄살인범으로 수배됐다.

그의 얼굴이 담긴 현상 수배전단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전국에 배포됐지만 그는 수사망을 비웃듯 전국을 활보했다.

 더우기 그는 1명을 살해한뒤 반드시 피해자의 승용차를 뺏아 타고 다음 범행장소로 향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범행현장에는 그가 남긴 증거물들이 수북했다.

특히 지난 5월 시카고에서 부동산 재벌 리 미글린을 살해한 현장에 그는 수염을 깎은 흔적과 먹던 샌드위치를 남겼다.

 그는 미글린을 살해한뒤 렉서스 승용차를 뺏아 타고 뉴저지로 향하면서 카폰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미글린에게서 강탈한 금화를 전당포에 맡기면서 본명으로 서명하기도 했다.

4번째 범행현장에서 훔친 붉은색 픽업트럭을 타고 뉴욕과 마이애미 대로를 달리는 동안 단 한번도 경찰의 검문에 걸리지 않았다.

차 번호판도 그대로 붙인 채였다.

 쿠나닌은 또 맨해튼에 들러 청바지를 구입했으며 마이애미에 도착해서는 대형 서점에 들어가 수시간동안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그뒤 맞은편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수배전단에서 그의 얼굴을 기억한 점원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때 쿠나닌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난 후였다.

 쿠나닌이 베르사체를 살해하기 이틀전까지 약 2개월동안 묵었던 마이애미 호텔에서는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책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현상수배범들이 얼마나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입증해 보였다.

 베르사체가 살해된뒤 수사당국은 무려 1천명에 달하는 경찰력을 투입, 마이애미 일대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쿠나닌은 무려 8일동안 범행 현장 주변에서 수사망을 피하고 있었다.

 경찰은 답답한 나머지 그가 여장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그가 자살한 현장에서는 그가 여자로 변장했을 만한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쿠나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두가지 상반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하나는 가톨릭 가정에서 착실하게 성장하면서 학교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유지해온 모범생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돈과 쾌락을 좆던 방탕아의 모습이다.

 쿠나닌은 샌디에고 중산층 가정에서 외아들로 자랐다.

전통적인 가톨릭 가정에서 그는 7살때 이미 성경을 완독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에는 4개국어에 능통한 수재였다.

 그의 기억력은 남달라 6년전 놀러갔던 친구집 주소를 정확히 기억해낸 것은 물론 당시 파티에 참석했던 23명의 이름을 줄줄 외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가 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주식 브로커로 일하던 아버지의 수입이 늘면서 샌디에고 카운티내 손꼽히는 부유촌으로 이사했지만 이때 쿠나닌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매우 어색해했던 것으로 친구들은 기억하고 있다.

 쿠나닌이 다녔던 비숍 고등학교는 1년 등록금이 6천달러에 달하는 고급 사립학교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도 역시 우등생이었고 육상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쾌활한 성격으로 어느 모임에서나 주위를 압도했지만 때론 부두에 나가 몇시간씩 마냥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만큼 외로움을 많이 탔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학생들로부터 「가장 잊혀지기 힘든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쿠나닌 가정의 불행은 그가 18세때 찾아왔다.

사기혐의로 경찰에 수배되던 아버지가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버려두고 필리핀으로 도주해버린 것이었다.

 이때부터 쿠나닌의 본격적인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UC샌디에고 입학했다.

그리고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용돈과 등록금을 버는 착실한 학생인 동시에 게이 커뮤니티에 흡수돼 서서히 동성연애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는 대학친구들에게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보이기 위해 하루저녁 수백달러를 탕진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돈을 벌기 위해 동성연애자들을 대상으로 고급 남창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나이 많은 고객들로부터 매우 큰 인기를 끌어 고객 1명으로 부터 한달에 2천달러씩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가 하면 인피니티 I30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그의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의 체중은 1백70파운드에서 순식간에 2백파운드로 불어났고 주량도 늘면서 그의 얼굴에서는 더이상 미소년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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