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화 사용이 늘면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는 노포모비아(NoMoPhobia)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전화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화 통화를 불편해하고 기피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도 함께 늘었다는 설문조사 결과 또는 현상 기사도 종종 나온다.
콜포비아는 전화 또는 통화(call)와 공포증(phobia)의 합성어로 한국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미국에서는 흔히 ‘Phone Phobia’, 전화 공포증 또는 ‘Phone Anxiety’, 전화 불안 장애라고 부른다. 콜포비아 또는 폰포비아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나타난 용어로, 손가락(문자)으로도 대화·의사전달 등이 가능해지면서 통화보다는 SNS, 메신저,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고 메신저나 문자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전화 통화가 어색하거나 불편해지고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을 기피하는 증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 현상만으로 포비아, 공포증, 불안 장애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화 울렁증, 통화 기피증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콜포비아, 폰포비아는 이런 증상, 현상을 부르기 쉽게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콜포비아 또는 폰포비아는 정신의학이나 임상심리학적 정식 진단명이 아니며 전미정신의학회(APA)의 최신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 정한 특정 공포증에도 속하지 않는다.
전화 울렁증이나 기피증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마케팅이나 스팸 등 불필요한 전화가 너무 많다 보니 전화 받기 자체를 기피하게 됐다고 꼽는다. 받고 싶지 않은 전화가 워낙 많이 들어오니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전화 통화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 거부감 등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말재주가 없거나 말실수를 할까 봐 전화 통화를 기피한다는 사람도 있다. 흔하게는 업무상 영어로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경우 알아듣지 못할까 봐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적극적인 기피 현상이라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전화통화 보다, 생각하면서 답장할 수 있고 이모티콘이나 이모지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쉽게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방법이 선호되는 듯하다. 대답하기 싫거나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는 경우, 그냥 답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편리하다는 점은 공감이 가는 바이다.
하지만, 단순히 선호나 기피의 문제가 아닌 상대방 전화번호를 누르기거나 받기도 전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나, 전화벨만 울려도 경기를 한다거나, 식은땀이 난다거나, 머리는 새하얘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등, 전화 통화에 대한 부담감, 불편함, 압박감을 넘어 불안, 두려움, 공포가 커지는 경우라면 불안이나 공포의 기제, 증상의 정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기제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진단과 이에 따른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