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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신앙은 깨어남이다

한상만 신부/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

며칠 전 신문에 보도되었던 내용이다. 어떤 환자의 집 앞에서 기도를 하다가 경찰에 잡혀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그 환자의 가족이었다. 교회의 목사님과 신도들이 집에 여러 번 찾아와 기도를 해 준다고 했지만 싫다고 했다 한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지 않자 몇몇 열심한 신도들이 집 앞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하더라는 것이다. 집요하게 기도를 강행했던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그들을 연행했다. 경찰에 잡혀간 신도들은 그 환자의 영혼구원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황당하지만 열심한 신도들 사이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열심하다는 무모함"이라 해야 할까. 이런 태도가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짐작하게 하는 좋은 예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성모병원의 원목활동을 하던 시절에 목격한 일이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말기 암을 앓고 계셨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물을 달라고 하셨을 때의 일이다. 정말 효자였던 큰 아들은 얼른 자기가 준비해 온 보온병에서 잘 다려진 찻물을 따라 드렸다. 그런데 큰 아들이 따라드린 물을 한 모금 드시다 말고 갑자기 뱉어 버리시는 것이 아닌가.

다들 놀라고 당황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물 말고 그냥 시원한 물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큰 아들이 암에 좋다는 영지버섯을 넣고 다리고 가장 마시기 좋은 온도를 맞춰서 보온병에 담아온 이 특별한 찻물이 할아버지의 화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큰 아들은 깨달아야만 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왜 몰랐을까? 상대방의 요구에 깨어나지 않고 혼자만의 지극정성이란 정말 얼마나 무모한가를 잘 보여준다.

신앙은 이같이 깨어남이다. 신앙은 이같이 세상과 이웃과 하느님께 대한 알아차림이다. 자신이 설계한 이기심의 장벽을 헐고 자기 밖의 세계에 대하여 눈 맑고 귀 밝아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기심의 장벽을 헐고 마음을 연다는 특성 때문에 신앙을 회심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신앙이라는 행위를 이루는 세가지 근본적 요소를 생각해 보자.

첫째 인간만이 신앙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 하느님을 알아 볼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고 그래서 인간은 인생의 궁극적 의미를 묻는 존재이며 하느님을 찾는 존재이다.

둘째 하느님은 스스로를 계시하시는 분이시다. 인생의 궁극적 의미를 찾고 있는 인간에게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오시고 그분을 감싸고 있는 신비의 가리개를 열어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신다.

셋째 이와 같이 먼저 다가와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시며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하느님께 자유의지로 응답하는 인간의 행위를 신앙이라고 하기 때문에 신앙이라는 행위의 역동성을 깨어남이라고 정의하게 된다.

한마디로 신앙은 들은 말씀에 대한 사랑에 찬 복종이다. 골고타에서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옆구리를 창에 찔리시고 피와 물을 쏟으셨다. 피와 물은 성체성사와 세례성사를 상징하고 옆구리가 창에 찔려 열려짐은 이기심의 장벽이 깨짐을 의미한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에게 외치시는 그 침묵의 강론에 귀를 기울여 보자; "말하는 자는 나다. 너희는 나의 말을 들어라. 나의 말을 들으면 너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된다.

나의 말을 듣기 전에 알아들은 척 하지 말고 내 뜻을 모르면서 내 이름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라.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네가 알아서 네 맘대로 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 내가 그렇게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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