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조상이 한 뿌리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대 과학에 의해 둘의 유전자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도 개와 늑대는 심심치 않게 교배를 해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오래전 어느 시점인가부터 오늘날 개의 조상은 늑대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즉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고 인간과 함께 생활 수 있게 된 것이다.
늑대에서 개로 진화를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일부 학자들은 "사귐성이 좋은 늑대가 개의 조상이었을 확률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 바너드 대학의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교수는 '성격 좋은' 늑대가 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호로비츠 교수는 최근 '개의 마음 속: 개들이 보고 냄새 맡고 아는 것' (Inside of a Dog: What Dogs See Smell and Know) 이라는 책을 펴낸 심리학자다.
늑대에서 개로 진화에 대한 호로비츠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옛날 인류의 조상들이 사냥을 하고 남은 찌꺼기에 접근하는 늑대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늑대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도망치곤 했는데 일부 '사회성'이 좋은 늑대는 도망가지 않았다. 붙임성이 있는 이들 늑대에게는 사람들은 얼마간의 먹을거리를 던져줬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길들여지게 됐다.
호로비츠 교수의 진화론은 50여년에 걸쳐 러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우 진화' 실험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여우는 늑대와 개에 가장 닮은 동물 중 하나다.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진행되는 이 실험은 먹이를 줄때 사람들을 덜 무서워하는 여우와 그렇지 않은 여우를 분리해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보이는 여우만을 골라 세대를 거듭해가며 교배를 했다. 그 결과 현재는 40여 세대 째에 이른 '붙임성' 있는 여우들의 후손이 있는데 이들은 야생의 여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람과 소통이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 듀크대의 브라이언 헤어 교수는 개가 사람의 말을 잘 듣도록 진화할 수 있었던 데는 개 특유의 집중력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침팬지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는 헤어 교수는 개 만큼 사람들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물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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